프랑스 레지옹(광역주) 지방선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집권당 '전진하는 공화국(LREM)’이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는 참패를 겪었다.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유력 대권 후보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며 내년 프랑스 대선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LREM이 이번 선거에서 받아 든 성적표는 ‘0석'이었다. 공화당(LR) 등 범우파 진영이 7개, 사회당(PS) 등 범좌파 진영이 5개 레지옹을 가져갔고, 지중해 섬 코르스에서는 지역 소수 정당이 승리했다. 심지어 일주일 전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3개 레지옹에서 LREM 득표율이 10%를 넘지 못해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체면을 구겼다.
LREM은 지방선거 때마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드는 이유를 정당 역사가 짧아 지역 기반이 아직 다져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2016년 창당한 LREM에는 기존 정당에 몸을 담지 않은 새로운 인물들이 많다 보니 지역에서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LREM은 태생적으로 마크롱 대통령 개인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졌고, 모든 결정을 중앙에서 내리다 보니 지역 정치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릴 대학 정치학 교수인 레미 르페브르는 "마크롱 대통령은 지역 정치에서 존재감이 없더라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경쟁 구도를 나타내고 있는 르펜 대표가 이끄는 RN도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국민연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20%를 득표했는데, 범우파 연합(38%)이나 범좌파 연합(34.5%)에 한참 못 미친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선 RN이 최소 6개 지역에서 승리할 것으로 점쳐졌던 것을 고려하면 예상 외의 결과다.
내년 대선을 10개월 가량 앞두고 유력 대권 후보들이 이처럼 부진하면서 프랑스 대선 지형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선거에서 RN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한 범우파 진영 주지사들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화당을 탈당한 그자비에 베르트랑 오드프랑스 주지사와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 등이 대표적이다. 베르트랑 주지사는 지난 3월 우파 진영 대통령 후보로 출마 의사를 밝혔고, 페크레스 주지사는 올해 가을 출마 여부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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