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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조선소 화장실 질식사고 현장감식…"뚜렷한 단서 못찾아"

사고 당시 화장실 내 황화수소 농도 안전수치 16배 이상

감식반 "오수관거 황화수소 갑자기 화장실로 역류 가능성"

28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한 조선소에서 유독가스를 마시고 2명이 숨진 것과 관련 경찰, 환경관리공단 등 유관기관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한 조선소 화장실에서 유독가스를 마신 2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관계당국이 28일 합동감식에 나섰다.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환경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은 이날 오전 황화수소 누출 사고가 발생한 부산 사하구 KJ조선 현장을 합동 감식했다.

경찰에 따르면 26일 오전 11시 4분께 선박전기설비 업체 직원 2명이 KJ조선 화장실에서 고농도 황화수소 등을 들이마셔 숨졌다. 황화수소는 흡입하기만 해도 질식할 수 있는 유독가스로, 하수구 등 산소가 부족한 장소에서 생성된다. 사고 당시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화장실 내 황화수소 수치는 안전수치 15ppm의 16배가 넘는 250ppm으로, 인근 하수구에서는 1,000ppm이 측정되기도 했다.

28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한 조선소에서 유독가스를 마시고 2명이 숨진 것과 관련 경찰, 환경관리공단 등 유관기관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합동감식반은 황화수소의 누출 원인 규명에 주력했으나 뚜렷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합동감식반이 조선소 일대에 있는 맨홀 뚜껑을 일일이 열어 확인한 결과 황화수소 수치는 2ppm으로 인체에 무해한 정도였다. 또 조선소 화장실에서 이어지는 주 오수관로를 조사한 결과 내부는 깨끗한 상태로 확인됐다.

이에 합동감식반은 주 오수관거에 있던 황화수소가 갑자기 역류해 조선소 내 화장실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산환경공단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해당 조선소는 별도의 정화조 없이 분뇨를 곧바로 오수관거에 보내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주 오수관거에 있던 유독가스가 역류하면서 조선소 내 화장실로 역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날은 주말인지라 오물 양이 많지 않았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유독가스가 일부 구간에서 정체됐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한 조선소에서 유독가스를 마시고 2명이 숨진 것과 관련 경찰, 환경관리공단 등 유관기관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합동감식반 관계자는 "일정 구간에서 정체하던 황화수소가 팽창을 이기지 못해 여러 통로 중 한 곳으로 터져나갔을 확률이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두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양변기의 분뇨를 받는 지관과 주 오수관을 잇는 지점에 설치되는 역류방지 패킹이 탈락하거나, 배관의 트랙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 등이 언급됐다. 경찰은 가스 냄새가 많이 나 여러 차례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는 업체 측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한편 부산에서는 2018년 한 폐수처리업체에서 황화수소가 누출돼 노동자 3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에 빠졌고, 2019년 7월에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여고생이 누출된 황화수소를 들이마셔 숨지는 등 관련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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