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국내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현재 상황을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입 초기 단계로 판단하고 해외 유입 차단에 주력하고 있지만 해외 입국 시 자가격리 면제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변이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한 입국 절차를 강화하고 국내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국내에서 델타 변이가 190건이 확인됐고 지역사회 집단감염 사례는 3건 보고돼 유입의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해외 유입 차단과 국내 확산 방지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의 경우 델타 변이 환자는 지난 4월 입국자 중에서 9건이 처음 발견된 뒤 최근 3주간 ‘17명→30명→35명’으로 속도가 붙어 총 190건이다.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된 사례 66건까지 더하면 사실상 델타 변이 감염자는 256명으로 집계된다.
세계 각국은 국내보다 훨씬 심각하다.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는 현재 영국과 미국 등 80여 개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주마다 델타 변이 감염자가 2배씩 증가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CBS에 출연해 “5월 초 전체 감염의 1.2%에 불과하던 델타 변이 비중이 현재는 20.6%에 달한다”며 “델타 변이가 몇 주 되면 지배적 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오는 8월 말까지 델타 변이가 유럽연합(EU) 내 신규 감염의 9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한때 1,000명대까지 내려갔던 하루 확진자 수가 델타 변이의 영향으로 점점 늘어 이날은 1만 6,135명을 기록했다. 델타 변이뿐 아니라 ‘변이의 변이’ 격인 델타 플러스도 41건이 확인돼 영국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델타 플러스는 기존 변이보다 전염력이 더 크고 현재 접종 중인 백신에 대한 공격성도 더 강력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 같은 국내외 델타 변이 확산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통제력을 잃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는 출발 전 72시간 내 발급받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고 2주간 자가격리해야 한다. 격리 기간 PCR 검사도 세 차례 받아야 한다. 특히 인도발 입국자는 첫 7일간은 임시 생활 시설에서 의무 격리해야 한다. 이후 음성 판정이 나오면 나머지 7일간 자택 등에서 자가격리를 이어간다.
문제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면 인도·영국·인도네시아 등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국가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은 자가격리를 면제받는다는 점이다.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해도 변이 바이러스에 돌파 감염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델타 변이가 이들을 통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시노백 백신을 주로 활용하는 인도네시아 등에서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에 대해 “시노팜·시노백 백신을 접종한 지역에서만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백신을 접종한 곳에서도 확진자 늘고 있다”며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입국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은 델타 변이 때문에 다음 달 1일 시행하려던 외국인 관광객 자가격리 면제를 8월 1일로 한 달 미뤘다. 전문가들 역시 우리도 해외 사례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스라엘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시행했다”며 “유행이 커지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방역은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델타 변이에 초점을 맞춰 격리 면제 제도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입국 통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정 청장은 “델타 변이가 주로 유입되는 국가를 방역 강화 국가로 지정하고 검역과 격리 면제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입국 규모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2학기부터 대학에서도 대면 수업을 정상화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실험·실습·실기 수업과 학생 간 거리 두기가 가능한 소규모 수업부터 우선 대면 수업을 실시할 방침이다. 4년제 일반대에 비해 학기가 적고 실습·실기 비중이 높은 전문대도 2학기 대면 수업을 적극 실시한다. 전 국민의 70%가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9월 말 이후에는 대면 수업을 대규모 강의, 4년제 일반 대학으로도 점차 확대할 수 있다고 각 대학에 안내했다. 수업 외 대면 활동의 경우 9월 말까지는 소규모 위주로 운영하라고 대학에 권고했다. 다만 이 기간에 대규모 대면 행사나 축제는 금지된다. 대신 국민 70%가 1차 백신 접종을 끝낸 9월 말 이후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동아리·학생회·축제 등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번 방안은 교육부가 대학에 권고 형식으로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이어서 강제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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