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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2.0] “다양한 관점으로 과학을 바라보게 됐어요”

동작도서관이 마련한

강경표 연구원의 ‘좋은 과학, 나쁜 과학’

서울 성남고 학생 대상으로

과학 분야 탐색하는 시간 가져

강경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연구원이 지난 23일 서울 성남고등학교에서 열린 강의에서 ‘적정기술’을 예를 들어 다양한 과학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갑자기 내린 소나기가 초여름 한낮 더위를 씻어 내려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성남고등학교 도서관에는 과학에 관심이 많은 5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좋은 과학, 나쁜 과학’을 주제로 특별 강좌가 열렸기 때문이다. 해당 강좌는 과학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시간으로 동작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강의를 맡은 강경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연구원은 “다양한 종류의 과학이 있지만 로봇이나 생명과학 같은 첨단과학기술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과학 분야도 있고 연구가 필요하지만 외면당하는 영역도 있다”며 ‘적정기술’과 ‘언던 사이언스(undone science)’를 예로 들었다.

적정기술은 사회 공동체의 정치·문화·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과학 기술을 말한다. 주로 아프리카와 같이 저개발국에 적용되며 질병과 물 부족, 빈곤 등의 문제를 해결해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강 연구원은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삶의 질이 좋아진다고 해서 당장 먹을 물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나라에 스마트폰을 공급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일제히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적정기술은 정수 시설이 부족한 나라에 빨대 형태의 휴대용 정수기를 개발해 주는 것 같이 복잡하고 화려한 기술이 아닌 그들의 생활수준에 맞는 과학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적정기술의 몇 가지 바람직한 예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강 연구원은 이어 연구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사회·정치·경제적인 이유로 배제 당해 연구되지 않은 과학 영역을 뜻하는 ‘언던 사이언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 같이 생활용품 속 독성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이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며 언던 사이언스의 대표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개발된 과학기술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과학기술의 편리함 속에 감춰진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 날 강의에서 강 연구원은 과학저널리스트의 올바른 역할과 필요한 역량에 대해서도 소개해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도 도움을 줬다. 그는 “과학관련 정보와 기사를 볼 때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부분 외에 감춰진 이면을 분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당부하며 강의를 마무리 했다.

동작도서관이 마련한 강 연구원의 ‘좋은 과학, 나쁜 과학’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원격 강의 등 비대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성남고 1학년 엄태현 군은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과학영역에 대한 분별력을 키우게 된 강의였다”며 “과학저널리스트 같이 인문지식과 과학지식의 융합이 필요한 직업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고 강의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이효진 성남고 사서 교사는 “학생들이 과학을 일상생활과 연결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고 과학 속 인문학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알게 해준 유익한 강의였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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