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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정치학

김재천 서강대 교수




1주일 전 막을 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이 2년 연속 초청됐다. G7은 자타 공인 ‘선진국 클럽’이다.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그리고 한국과 함께 초청 받은 호주·남아공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피를 흘린 고마운 나라이기도 하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우뚝 선 한국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G7의 영향력이 예전만은 못하지만 자부심은 여전하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인권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 수호에서 선도적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이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최근 퇴조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신자유주의 경제는 부의 낙수 효과를 창출하지 못해 빈익빈 부익부의 결과로 나타났다. 이를 틈타 미국·유럽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중국은 ‘워싱턴 컨센서스’의 유효기간이 다했다며 ‘베이징 컨센서스’를 들고나와 중국식 정치·경제 모델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미국 우선주의는 휘청이던 자유주의 질서에 결정타를 날렸다.

다행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해 자유주의 질서를 바로 세우려 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의 힘은 국내에서 나온다. 바이든은 ‘빌드 백 베터(Build Back Better)’라는 구호하에 미국 재건에 여념이 없다. 경제와 민주주의를 살리고 분열상을 치유해야 미국이 ‘힘이 아닌 모범을 보여(not by the example of power, but by the power of example)’ 세계 질서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처방은 효험을 보고 있다. 6월 초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호감도가 도널드 트럼프 임기 말의 34%에서 62%로 급상승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말발’도 서고 있다. 미국의 리더십으로 G7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7G 공동 선언문에는 기후변화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한 합의가 명기돼 있지만 선언문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 강화”다. 그런 맥락에서 선언문에 중국 문제가 적시된 것이다. 주권국가인 중국은 더 강성해질 권리가 있고 어느 국가도 이를 막을 권한이 없다. 문제는 중국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억압하고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교란하며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G7에 초청된 이유는 방역이나 경제를 잘해서만이 아니다. 아시아의 대표 민주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초청 받지 못하고 경제 성적은 별로지만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를 잘하는 남아공이 초대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이 받아 든 초청장에는 격상된 한국의 위상이 반영돼 있지만 자유주의 질서 수호에서 더 큰 책임을 맡으라는 요구도 포함돼 있다.

청와대가 한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G8 국가” 운운하며 치적 홍보에 열을 내고 있다. 국가적 자랑거리이니 홍보를 좀 해도 되지만, 남아공 대통령의 사진을 오려내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 사이에서 가운데에 자리 잡은 문재인 대통령을 부각시킨 사진은 보기 민망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격상된 위상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다. 공동 선언문 발표 이후 중국은 예상대로 “소집단의 강권적 행태”라며 반발했다. 청와대는 지레 “우리 같은 초청국은 (선언문) 작성에 참여하지도, 서명하지도 않았다”며 발뺌에 급급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great power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 윈스턴 처칠이 큰 정치인이나 대국의 책무를 강조할 때 인용했던 격언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연두교서에서 2차 대전에 참전해야 했던 미국의 책무를 강조하며 사용하기도 했다. 역사책을 뒤져볼 필요도 없다. 영화 ‘스파이더맨’을 보면 된다. 평범했던 고등학생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의 능력이 생기자 힘자랑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걱정된 큰아버지는 파커에게 당부한다. “피터, 너도 이제 성인이 되는데 지금의 변화가 네 평생을 규정한다. 기억하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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