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페이스대로 갈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들이 윤 전 총장에게 ‘검사 시절 처리한 국정원 댓글 수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적폐 수사 등이 나중에 정치 논쟁이 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고 묻자 돌아왔다는 대답이다.
17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천준(필명) 작가의 윤석열 평전 ‘별의 순간은 오는가-윤석열의 어제, 오늘과 내일(서울문화사 펴냄)’에서 천 작가는 윤 전 총장과의 소통 창구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천 작가는 검찰총장 사퇴 상태이던 때 윤 전 총장 측으로부터 “나는 동굴 속에서 마늘만 먹으며 인간이 되기를 기다리는 곰”이라는 메시지도 받았다고 전했다.
천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윤 전 총장의) 대학 시절 지인이나 오랫동안 윤석열을 취재해왔던 언론인, 검찰 업무를 함께했던 인물, 그리고 친인척 등을 두루 취재했다”고 설명했다. 천 작가의 지인이자 윤 전 총장의 측근인 한 사람은 윤 전 총장에 대해 “3김(金) 이래 최초로 스타이자 프로듀서를 지향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또 “조국 수사는 문재인 정부가 건강하게 유지돼야 한다는 충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윤 전 총장의 지인 전언도 소개했다.
윤 전 총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의 하마평에 오르자 내켜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실렸다. 윤 전 총장은 “현 정권에 가장 먼저 상처를 낸 인물이 나인데 또다시 정권 겨냥 수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입장이었다는 게 천 작가가 들은 전언이다. 다만 이후 윤 전 총장은 검사 선배인 박영수 특별검사에게 수사팀장을 부탁받아 특검에 합류한 바 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중 ‘항명 논란’에 휩싸여 좌천된 바 있다. 저자는 윤 전 총장이 좌천된 상황에서 주변에 쓸쓸함을 토로했다고 적었다.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구속 수감된 뒤 수많은 지인들이 뒤늦게 밝혀진 진상을 알아차리고 축하 전화를 걸었을 때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천 작가는 “(당시) 검찰 지도부는 윤석열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정치 검사’의 동의어처럼 취급했다”고 썼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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