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누나를 살해한 뒤 시신을 4개월 동안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동생의 범행 동기와 수법이 17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인천지법 형사12부(김상우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한 A(27)씨의 구체적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2시 50분께 함께 사는 친누나 B씨의 방으로 가 흉기로 약 30차례 찔렀다. B씨는 A씨의 범행으로 대동맥이 절단돼 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 가출 행위, 카드 연체, 과소비 등 자신의 행실 문제로 누나 B씨와 언쟁을 벌였던 A씨는 반복된 B씨의 지적에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어 같은 달 28일까지 B씨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담아 아파트 옥상 창고에 보관해뒀고, 이후 시신을 렌터카에 싣고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로 이동해 농수로에 유기했다.
A씨와 그의 변호인은 이 같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답했다. A씨는 지난달 기소된 이후 최근까지 9차례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의 2차 공판은 내달 13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친누나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그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올해 2월 14일 부모가 경찰에 누나 B씨의 가출 신고를 하자 경찰 수사관들을 속이기 위해 조작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운 뒤 혼자서 메시지를 주고받아 마치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그는 같은 방식으로 부모마저 속여 올해 4월 1일에는 경찰에 접수된 누나 B씨의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B씨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이를 식비 등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B씨의 시신은 농수로에 버려진 지 4개월 만인 올해 4월 21일 발견됐고, A씨는 같은 달 29일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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