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시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려던 시민단체의 노력이 일본의 강력한 압박에 의해 무산됐다.
AP통신과 콜로라도주 한인매체 ‘콜로라도 타임스’ 등은 콜로라도주 평화의 소녀상 기념재단(소녀상 재단)이 제출한 ‘오로라 시청 앞에 소녀상을 설치하자’는 내용의 안건이 지난 7일(현지시간) 시의회에서 부결됐다고 보도했다. 시 의회는 청원을 부결한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시 당국은 의회에 “해당 기념물을 시 소유 부지에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시 측은 “이들 기념물은 평화적 시위뿐 아니라 적대적인 시위, 기물파손, 아시아계 혐오, 법적조처 등 다양한 반응을 끌어냈다”는 이유를 댔다. 이어 “오로라는 콜로라도주에서 가장 문화적으로 다양한 지역사회로 아시아계 주민도 많다”며 “이 기념물은 한국과 일본 간 해소되지 않은 갈등을 상징한다”고 했다. 다만 마이크 코프먼 오로라 시장은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엄청난 잔혹 행위가 있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여성들이 강제로 일본 군인들을 위해 일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녀상 재단 측이 민간 부지 등 소녀상을 세울 다른 장소를 찾아볼 것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 콜로라도 타임스는 일본 정부가 오로라시 당국에 소녀상 설치 불허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일본 정부가 6월 초부터 오로라시 정부와 의원들에게 강력한 압력을 행사해 왔다”며 “일본은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므로 소녀상 관련 안건을 삭제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안건 부결에 대해 재단 측은 “결과는 아쉽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소녀상을 설치할 수 있는 다른 장소를 찾아보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콜로라도 타임스 측에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세계 각지에 소녀상을 건립하려는 인권단체들의 노력에 계속해서 제동을 걸어왔다. 앞서 독일 베를린시 미테 지역에도 당국의 허가 하에 지난해 9월 소녀상이 세워졌으나, 일본 측이 독일 정부 등에 항의해 미테구청이 철거 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에 베를린 시민사회는 반발했고,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철거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결국 미테구는 철거 명령을 보류했고, 현지에서는 소녀상 영구설치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