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반도체·배터리·전기자동차 등 첨단산업의 고급 인재를 선점하려는 국가 간 쟁탈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엄청난 돈과 파격적인 조건으로 반도체·배터리·원자력 핵심 인재를 빼내 가려는 중국 등 주요국들의 시도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인재 유치를 위해 예산을 지원하기는커녕 여전히 경직된 노동시장과 인프라 부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인재 유출을 속절없이 지켜만 봐야 하는 답답한 현실이다.
삼성SDI는 스웨덴의 신생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로 이직한 퇴사 직원 3명에 대해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까지 내고 간신히 승소해 한숨을 돌렸다. 노스볼트뿐 아니라 중국 CATL 등 배터리 후발 업체들의 인재 사냥 시도가 잇따랐음에도 삼성SDI는 제도적·행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다른 기업들도 1차 인재 유출이 2·3차 유출로 번져도 방어막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대로 가면 현재 한국이 주도하는 산업들이 순식간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주력 산업의 인력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핵심 인재를 파격적으로 우대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더 나아가 급여 수준, 인프라, 업무 환경 등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특급 인재가 와서 일하고 싶은 ‘매력 국가’로 거듭나게 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최고 인재를 유치하려면 충분한 급여와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기업·대학이 공조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패권 다툼에서는 단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영토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창조적인 고급 두뇌 육성을 통한 과학기술 초격차 전략만이 살 길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바이오 등 5~10개 분야에서 다른 나라들이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부강한 나라로 도약할 수 있다. 탈원전 등 이념에 갇힌 정책을 폐기하고 과학기술로 무장하면서 교육 개혁을 통해 인재를 키워내야 ‘부국강병’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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