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유통 업체 ‘게임스톱’, 영화관 체인 ‘AMC’, 생활용품 업체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 건강 보험사 ‘클로버헬스’. 올 들어 미국에서 주가가 요동친 밈 주식(meme stock)들이다. 밈 주식은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을 말한다. ‘밈’은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펴낸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언급했다. 문화의 전달에도 유전자처럼 복제 역할을 하는 중간 매개물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하는 정보의 단위·요소가 밈이다.
이후 밈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유행처럼 번져갔다. 창작물을 모방한 패러디 콘텐츠가 봇물을 이뤘고 증시에서는 개인들이 반복적 모방 투자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밈은 짧은 시간에 냉온탕을 오가는 것이 특징이다. 화제가 되는 순간 확 달아오르지만 관심이 식으면 곧바로 소멸된다. 밈 주식도 단기간에 투자자들이 몰렸다가 급속히 빠져나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주가 등락이 심하다. 밈 주식의 원조 격인 게임스톱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선 개미들의 대량 매수로 열흘 만에 1,600%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2월에는 최고점 대비 60%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5월 초만 해도 9달러에 머물던 AMC의 주가는 이달 2일 장중 72달러를 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한국판 밈 주식’으로 불리는 두산중공업과 HMM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밈 주식들이 기업가치보다는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소문에 따라 거래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미국 증시에서 새로운 밈 주식이 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 230개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시가총액 1억 달러, 유통 주식 수 대비 공매도 잔액 15%를 그 기준으로 제시했다. 앞으로도 많은 밈 주식이 개미를 현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금리 인상 신호가 강해지면서 부동산·주식 등 자산의 거품이 급격히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행에 휩쓸려 투자하지 말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할 때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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