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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 "파업 풀때까지 단식 이어갈 것"…'비정규직 제로' 뒤늦은 한탄

■'단식 이틀째' 인터뷰

"자체 논의하라 협의회에 재량권 줘

논의 이어가려면 고객센터 파업 풀고

공단노조는 협의회에 속히 참여해야

파국 막아야겠단 생각에 단식 결정"

勞勞 갈등에 본사서 '무기한 농성'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관 로비에서 이틀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을 하면 논의를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고객센터는 파업을 풀고 공단 노조는 속히 협의회에 참여해주십시오.”

칠순을 앞둔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목소리는 절절했다. 김 이사장은 15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공단의 사무논의협의회는 외부 인사 위주로 구성된 합리적인 기구”라며 “파업이 철회되고 공단 노조가 협의회에 참여할 때까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이곳(로비)에서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 단식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통화 내내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파국을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단식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공공 기관의 수장이 단식이라는 과격한 행동에 나서는 것에 대해 노노 갈등이 워낙 심각해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14일부터 강원도 원주시 공단 본사 건물 로비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 고객센터 직원들이 이달 10일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 파업을 시작하고 내부 갈등이 격해지면서 최고 책임자의 ‘단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김 이사장은 “사무논의협의회는 정부가 지침으로 정한 기구이며 공단은 이번에 외부 인사 5인, 내부 2인, 양측 노조에서 각각 1인이 참여하도록 하는 기구를 새롭게 구성했다”며 “협의회에서 원칙을 정해 적합한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올 5월 21일 사무논의협의회를 열면서 고객센터 노조가 이해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문턱을 대폭 낮췄다. 기존 내부 직원 중심이던 구성을 외부 전문가 5인, 내부 위원 2인으로 바꿨고 공단 직원 1인과 함게 고객센터 노조 위원 1인을 참여하도록 했다.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김 이사장의 의지다. 하지만 공단 정규직 노조가 이에 반발하면서 문제가 꼬였다. 형평성 차원에서 양측 노조가 함께 참여해야 하는데 공단 노조가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김 이사장이 이번 단식에서 ‘공단 노조는 협의회 참여를, 고객센터 노조는 파업 철회를’ 주장하는 이유다.



사실 이번 건보 고객센터 사태는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영향이 크다. 현 정부가 출범 직후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내세우면서 건보 고객센터와 같은 민간 위탁 사업의 경우 직접 고용할지 결정을 기관 책임으로 남겨뒀기 때문이다. 정책을 발표할 때는 민간 위탁 사업을 정규직 전환 검토 대상에 포함시키라는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정작 가이드라인에서는 기관이 노사 협의를 통해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면서 책임을 기관에 떠넘긴 셈이다. 이후 국민연금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은 고객센터 직원을 직접 고용했으나 건보공단의 경우 정규직 노조가 이에 반대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본부장 출신인 김 이사장이 ‘단식’ 카드를 꺼내든 데 대한 엇갈린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이사장은 지난 19대 국회의원을 거쳐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했으며 현 정부 의료 정책의 핵심인 ‘문재인 케어’를 설계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협의회에서 고객센터를 직고용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될 경우 정부의 지침과 다소 엇갈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사무논의협의회에서 자체적으로 논의하도록 정부가 재량권을 준 것”이라며 “외부 위원과 당사자가 함께 논의해 결정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고객센터의 파업 철회가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의 이사장이 로비에서 단식을 진행하면서 공단 정규직 노조는 이날 오전부터 협의회 참여를 염두에 둔 논의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공단 정규직 노조는 가까운 시일 내에 협의회 참여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고객센터 노조가 직고용만을 주장하고 있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공단 정규직 노조가 협의회에 참여하더라도 고객센터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협의회는 형평성 문제에 휘말리게 된다. 이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김 이사장이 단식보다는 실질적인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단 정규직 노조와 고객센터 노조가 모두 속해 있는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내부의 반발이 있다면 그 반발이 왜 잘못된 것인지 설득하고 바로잡는 것이 이사장의 역할”이라며 “지금 당장 단식쇼를 집어치우고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결단하라”고 요구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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