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벌어진 강간 사건의 범인이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 재판에 넘겨졌다.
11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2001년 3월 제주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A씨를 강간한 50대 한모 씨를 20년 만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 혐의로 최근 기소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목격자가 없고 폐쇄회로TV도 설치되지 않아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피의자가 사건 현장에 남긴 증거품은 피의자의 정액이 묻은 휴지 뭉치가 유일했다. 경찰은 이를 통해 피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발견했지만,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인물을 알아내지 못했다. 결국 제주경찰 역사에 미제 사건이 추가됐다.
19년 만인 2019년 3월 갑자기 수사에 진전이 생겼다. 대검찰청에 한 통의 DNA 분석 결과가 도착했는데 해당 DNA가 한씨의 DNA와 일치했다. 한씨는 2009년 5월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이었다.
한씨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2004년 제주를 떠났다. 그는 이후 2009년까지 인천과 경기, 서울 등지에서 강간 등 성범죄 18건과 강력범죄 165건 등 총 183건의 범죄를 저지르다 인천에서 검거됐다. 이번 휴지 속 DNA를 통해 추가로 기소된 한씨의 첫 번째 범행은 2001년 3월 제주에서 벌인 또 다른 강간 사건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을 맡은 서귀포경찰서는 다른 지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한씨를 제주교도소로 이감해 추가 수사를 진행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제주지검은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인 지난 3월 2일 한씨를 기소했다.
한씨는 지난 4월 8일 첫 재판을 받았다. 그는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누군가 자신의 DNA를 휴지에 넣고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 집에서 발견된 휴지에 누군가 한씨 정액을 묻혀 조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한 정황이 있었다면 기소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은 오는 14일 오후 열린다. 이 재판에는 휴지 뭉치 DNA를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원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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