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 이준석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문자가 당원들에게 발송된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사실관계 확인과 법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선관위는 문자가 발송된 번호로 연락을 시도 중이지만 아직 통화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재옥 선관위원은 이날 오전 선관위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특정 후보 측에서 당원 명부를 유출해 선거인단으로 문자가 보내졌는지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며 “선관위 차원에서 문자를 보낸 분에게 계속 전화 중인데 안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수사 기관에 의뢰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조사가 안 된 상황에서 무엇을 하겠다고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이 후보는 전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당원 명부가 통째로 특정 캠프에 의해 유출되어 이준석 비방 문자를 보내는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 나타났다”며 자신에 대한 비방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 캡쳐 사진을 공유했다. 문자메시지에 담긴 링크를 누르면 ‘이준석 왜 문제인가’ ‘이준석이 위험하다’ 등의 제목으로 이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된다.
이 후보는 SNS에서 “이게 경험과 경륜인가”라며 경쟁자인 나경원 후보와 주호영 후보를 비방 문자의 배후로 지목하는 듯 발언했다. 이에 나 후보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정보 유출 의혹을) 저희 캠프하고 연관시키는 발언을 했다. 이러한 정치를 하는 건 좋지 않다"며 “저희 캠프에선 유출된 적 없다. 수사 의뢰하는 것에 당연히 다 동의한다”고 반박했다. 주 후보 역시 “우리 캠프를 점검했지만,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며 “(당원 전화번호가) 캠프에서 나갔다면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자 메시지가 발송된 번호는 지난해 ‘광화문 집회’의 정당성을 주장하던 ‘8·15집회참가자 국민비상대책위원회’의 사무총장 최 모씨의 번호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당 선관위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잠적한 상태로 알려졌고 서울경제의 수 차례 전화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해당 인물의 친소 관계 등에 대한 정보는 특정 후보에 대해 예단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피하려 한다”며 “당 차원에서 해당 문자를 발송한 번호로 계속 연락을 시도 중”이라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선거관리를 부실하게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에는 한 여론조사 전문업체가 국민의힘 당원을 대상으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 여론조사를 벌이면서 최고위원 후보 10명 가운데 5명만을 대상으로 벌인 지지도 조사가 유출돼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이후 전 당원 선거인단에게 ‘해당 업체의 여론조사는 당 선거규정에 위반된 조사임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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