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의혹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발생 전 우한바이러스연구소(WIV) 과학자들이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맨손으로 박쥐를 다루다가 물리는 장면이 포함된 영상이 공개됐다. 중국의 과학기술을 홍보하기 위해 4년 전 올린 이 영상이 의도 달리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조명되자, 중국 CCTV는 관련 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뉴욕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2일 화제가 된 중국 국영 CCTV 영상에서 WIV 연구진들이 장갑이나 마스크 등 개인 보호장비 착용 없이 박쥐와 그 배설물을 다루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017년 12월 29일 중국에서 방영된 이 영상에서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연구진들은 장갑을 제외하고는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감염성이 높은 박쥐 배설물을 채취했다. 심지어 일부 연구진은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채 박쥐 연구 샘플을 주고 받았고 일반 의류를 착용한 채 머리에 보호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해당 영상에서 한 과학자는 “박쥐가 장갑을 뚫고 나를 물었다”며 “바늘로 잽을 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이 영상에는 박쥐에게 물린 부분이 심하게 부풀어 오른 사진도 등장한다. 영상에서 연구진이 맨손으로 박쥐를 다루는 모습이 나오자 진행자는 “부상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연구진들이 현장 답사 전 광견병 예방 주사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은 중국 CCTV가 2017년 말 방영한 것을 지난 1월 15일 타이완뉴스가 재발굴해 보도한 것이다. 타이완뉴스는 이 영상이 WIV 소속 중국 생물학자 스정리의 승진을 축하하기 위해 제작·방영됐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코로나 발원지가 중국의 WIV라는 의혹에 힘이 더욱 실리고 있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30일(현지 시각) CBS 방송에서 “코로나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기원했음을 증명해주는 정황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2019년 11월 WIV 연구원 3명이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최근 미국 정보보고서에서 드러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첩보기관에 코로나 발원지를 규명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김경림 기자 forest0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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