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 사흘 만에 정치 후원금 한도 1억 5,000만 원을 채웠다는 소식이 화제다. 지난달 초부터 급부상한 이준석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언론들은 ‘이준석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이준석이라는 젊은 정치인의 개인적 매력과 그가 국민의힘의 변화를 주도할 최적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그동안 이준석은 TV나 라디오의 정치 토론에서 자신의 언어로 논리를 제시하는 능력을 보였다. 소속 정당을 무조건 감싸려는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균형적 사고를 가진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줬다. 또한 ‘더 지니어스’와 같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승리만을 위해 다수에 편승하지 않고 소수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태도로 리더십의 자질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의 정치 판세가 이준석을 당 대표 후보로 불러낸 측면도 있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승리가 변화를 추동할 원동력을 제공했다. 재보궐선거는 집권 세력의 무능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이었음과 동시에 국민의힘에 기회를 준 것이다. 민주화 투쟁 당시의 인식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민주당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민의힘이 정당 변화 의지가 있는지 평가받는 상황에서 그가 변화의 아이콘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이준석에 대한 관심은 궁극적으로 그가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인가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해 구도 인식에 따른 선택의 편향성이라는 인지심리학 이론을 이용해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익 구도에서는 확실성을 중시하지만 손실 구도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인가 혹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가 하는 인식 프레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망 이론을 국민의힘 당원들의 후보 선택에 적용하면 상당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만약 국민의힘 당원들이 지난 4월 보궐선거 결과에 고무돼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확신한다면 이득 구도의 프레임 속에서 위험을 회피하고 확실성을 추구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다. 국민의힘의 주축을 이루는 50대와 60대 당원들은 당의 변화 필요성에 동의하더라도 변화의 범위와 내용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이미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났다고 판단하고 내년 대선 결과를 낙관적으로 본다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정당 개혁이 이뤄지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따라서 당의 주요 보직을 역임한 중진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하는 것이 안정적인 정당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당원들이 대선까지의 정국을 손실 구도로 이해한다면 선택이 달라진다. 비록 여당의 지지도가 낮지만 여권에서는 이미 대권 주자 경쟁이 짜임새를 갖췄다. 반면에 야권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인지 혹은 창당을 할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 또한 보궐선거에서 약속한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도 본격화하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정당 지도부의 행태를 보면 기득권에 얽매여 개방적이지 않았고 공정하지도 않았다. 차기 대선까지 산적한 문제를 볼 때 새로운 정치 공식이 필요하다. 만약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패한다면 정당 존립마저 위험할 수 있다. 이러한 손실 구도의 프레임에서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정치에 호감이 높아지게 된다.
당 대표 본선거는 당원 70%와 일반 국민 30%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된다. 국민의당 대표 선출은 대선 예측을 이익 구도로 보는가 혹은 손실 구도로 보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당심이 민심을 어떻게 읽는가에 따라 당 대표가 결정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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