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만나 금강산 관광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이에 정부가 남북협력 및 대북사업 재개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만큼 경색된 남북 관계를 쇄신할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면담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면담 목적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 등 정세 변화를 논의하고 금강산 관광 사업자들이 갖는 의견을 듣고 앞으로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도 나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인영 장관은 취임 이후 민간협력 주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왔고, 이번 면담도 소통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6월 내로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힘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전날 제주 도의원 정책간담회에서 “통일부는 상반기 중에 집중해서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고, 하반기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본 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시간 계획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남북 간에, 또 북미 간에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은 나름대로 충분히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 노력과 함께 국민들 속에서 평화와 통일의 공감대를 확산하는 노력도 꾸준히 지속해 나가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이 장관이 대화의 모멘텀 형성을 ‘상반기’로 못 박은 것은 대선 국면에 접어들기 전 남북 간 대화 분위기를 형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부의 북한 접촉 시기에 대해 “대선에 임박해서 정상회담을 하면 ‘북풍’이라고 시끄러우니 6월을 넘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남북간에 톱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빨리 속도가 진전될 수 있다”며 “남북 정상 간의 원포인트 판문점 접촉을 먼저 하고, 그 토대 위에서 북미간 협상이 시작될 수 있는 디딤돌을 놔주는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 장관은 오는 4일 금강산 관광 사업자이자 남북경협 핵심 기업가인 이중명 대한골프협회장 겸 아난티그룹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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