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24)이 여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범행은 우발적이었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주장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1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큰딸에 대한 범행은 계획했지만 여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살해는 처음부터 계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은 “(김씨가)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피해자와 단절된 이후 다른 게임 동료들도 자신을 피하자 동료들에게 자신을 두고 험담을 했다는 생각에 배신감과 분노가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범행 후 도주하지 않고 자살하려고 했던 점도 참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거나 아래를 내려다보는 등 별다른 미동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유족 측은 재판이 진행되던 중 검사가 김씨가 피해자들을 살해한 내용을 말하자 오열하며 격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 재판부가 김씨가 그간 4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사실을 말하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진실을 얘기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유족 측은 이날 발언 기회에서 "사람 3명을 죽여놓고 자기는 살고 싶어 반성문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어이 없다"며 "인간도 아니고 인간쓰레기조차 아니다"라며 엄벌을 요구했다. 피해자의 고모인 김모씨는 "김태현은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살인마"라며 "사형제도가 다시 부활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을 하며 알게 된 피해자인 큰딸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토킹하다가 지난 3월 23일 집에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큰딸을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김씨는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범행도구를 훔치고 갈아입을 옷 등을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종이상자를 미리 준비한 뒤 피해자의 집에 물품 배송을 가장해 현관문을 두드리고 숨어있다가 여동생이 배송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려 문을 열자 위협해 집 안으로 침입한 뒤 살해했다. 범행 후 김씨는 큰딸의 SNS에 여러 차례 접속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본 뒤 대화 내용과 친구목록을 삭제했다.
김씨는 동부구치소로 수감된 이후 첫 공판을 한 달여 앞두고 반성문을 4차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날 재판에서 국민참여 재판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6월 29일 예정돼 있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