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 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2030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팬덤’을 등에 업고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30일 이 후보는 후원금 모금에 나선 지 사흘 만에 한도 1억 5,000만 원을 채우는 등 지지세를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여당의 오만함에 2030세대가 돌아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후보 측에 따르면 이 후보의 당 대표 경선 후원금 계좌 입금액은 모금 한도인 1억 5,000만 원을 넘겼다. 이는 지난 28일 이 후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후원금 모집 글을 올린 지 사흘 만이다.
후원금 쇄도는 이 후보를 향한 2030세대의 지지세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후원자 중 절반가량은 ‘1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예비 경선 뒤 여론조사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의 의뢰로 29일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후보 지지율은 40.7%로 2위인 나경원 후보(19.5%)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특히 이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47%, 대구·경북 지역에서 45.9%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이준석 돌풍’을 두고 정치판에 MZ세대가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MZ세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박성민 정치 컨설팅 ‘민’ 대표는 “계파 등과 같은 기존의 낡은 프레임으로는 이 변화를 못 읽어낸다”며 “디지털 세대의 전면적 등장”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진 조원C&I 대표는 “2030세대가 ‘주류가 바뀌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고 싶은데 그 지지가 이준석에 입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오만과 무능에 실망한 2030세대가 ‘공정한 경쟁’을 내세운 이 후보에게 결집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2030세대의 기대와 소망을 진보 정신으로 표출해주겠다던 민주당의 대리인 정치가 실패한 것”이라며 “2030세대가 정말로 자신을 대변하는 사람을, 또래 중에 찾은 이준석이 대변인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변화를 읽지 못하고 오만하고 무능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는 6월 11일 본 경선까지 이 후보와 다른 후보들 간 신구(新舊)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 평론가들은 보수 야당의 변화를 바라는 흐름이 본경선까지 이준석 돌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변화와 개혁이라는 이미지가 이준석이라는 이름과 동질화돼버렸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은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구애에 나섰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정권 교체 이후 내각의 30%는 호남 출신으로 하겠다”고 예고했다. 주호영 의원은 “올해 2월 비례대표 당선권에 호남 출신 25%를 확보하는 당헌 개정을 이뤄냈다”면서 “이번 공약에도 호남·청년 의무 할당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홍문표 의원도 호남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6명을 비례대표로 공천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홍 후보는 “전남·전북 ·광주에 2명씩의 비례대표를 선정하겠다”며 “지역에 사는 유권자 당원들이 투표에 의해 뽑는 비례대표제”라고 설명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