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고통을 당하는 한 인간의 고뇌일 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를 증언하는 이야기입니다. 정치적으로 어느 한 쪽을 편들고 하는 게 아니라 역사적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한길사 펴냄)’이 공식 출간도 되기 전부터 벌써 출판계를 넘어 정치·사회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7일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출간 기념으로 예약 판매한 저자 사인본은 판매 시작과 거의 동시에 매진됐고, 온·오프라인 서점 등지에서 미리 요청해온 수량도 출판사에서 미리 준비한 초판 물량을 크게 넘어서면서 출판사에선 벌써 중쇄 작업에 돌입했다. 공식 판매 시작일은 다음 달 1일이지만 벌써 4만 부 이상 선판매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출판사인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에게 조 전 장관 자서전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를 28일 물었다. 김 대표는 “기록의 의미”라고 답했다. 그는 “저자가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썼고, 출판사에서도 제대로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전력 투구해서 만들었다”며 “굉장히 중요한 ‘문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조 전 장관과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현장과 현실을 제대로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조 전 장관에게 출판을 먼저 제의했다고 했다. 마침 조 전 장관도 계속 기록 작업을 하고 있었고, 책을 내기로 뜻을 모은 후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집필과 편집 과정을 진행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행여나 오류가 있는지 마지막까지 수차례 검증하고 확인 작업을 거쳤다”며 “토씨 하나 틀리 않고, 오자 하나 없게 만들려고 굉장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언론이 그때 그때 이야기를 한다면 책은 좀 더 본격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식과 정보, 지성을 담아낸다”며 “언론과 다른 차원에서 책의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책 출간 소식은 지난 27일 조 전 장관과 출판사가 SNS 등을 통해 공지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오랜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며 조심스럽게 책을 준비했다”면서 “밝히고 싶었던 사실,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번 집필은 힘들었다”며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이었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지겠다”며 “저를 밟고 전진하시길 바란다. 이 책을 수백만 명의 촛불 시민들께 바친다”고 말했다.
‘조국의 시간’은 총 8장으로 구성돼 있다. 2019년 8월 9일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수장 후보로 지명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정리하고 자신의 심정을 기록했다. 제1장 ‘시련의 가시밭길’에서는 극단적으로 양분 된 여론 속에서 왜, 어떠한 생각으로 장관직을 수락했는지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제2장 ‘나를 둘러싼 의혹들’에서는 그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여덟 가지 의혹인 ▲사모펀드 ▲위장이혼·위장매매·위장전입 ▲딸의 장학금 ▲웅동학원 ▲버닝썬 사건 연루 ▲상상인 저축은행 대출 ▲논문 표절 ▲딸과 아들의 고교 인턴·체험활동 증명서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전한다. 이와 함께 압수수색으로 사모펀드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도 전에 등장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조국 불가론’의 전말도 다룬다. 이어 제3장 ‘통제받지 않은 괴물’에서는 검찰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절대반지를 낀 어둠의 군주”라고 비판한다.
제4장 ‘검찰과 언론의 표적사냥’, 제5장 ‘빼앗긴 국회의 시간과 불쏘시개 장관’, 제6장 ‘서초동의 장엄한 촛불십자가’, 제7장 ‘얄궂은 운명’ 등에 이어 마지막 장 ‘검찰쿠데타의 소용돌이’에서는 윤석열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특히 지난 3월 사직서 제출과 동시에 정치인으로 변신한 윤석열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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