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후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 관련,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많다며 경찰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낸 정민씨 아버지 손현(50)씨가 입장문을 낸 경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손씨는 27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입장문과 한강 바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며칠간 준비한 입장문을 공개했다"며 "사실 전 거들기만 하고 정민이 엄마가 며칠간 식음을 전폐하면서 작성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손씨는 "전 사실 리뷰를 잘 안봐서 아이 술 버릇이나 혈중알콜농도에 대해서 무슨 얘기가 있나 신경 안 썼지만 아내는 그 부분에 대한 오해가 싫어서 그 부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고도 했다.
손씨는 또한 "(입장문) 작성 중에도 의혹은 계속 생기고 (친구가) 신발만 버린줄 알았는데 티셔츠까지 같이 버렸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면서 "혹 또 시비가 생길지 모르니 입장문 전문은 아래 링크로 확인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앞서 정민씨 유가족은 전날 A4용지 13장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정민씨 실종 당일 함께 있던 친구 A씨와 A씨 가족의 진술, 행적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 초기 수사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은 "경찰은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나 몸의 상처, 다툰 흔적들에 대해서 조사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찰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관련자인 A씨와 그 가족보다 지나가는 증인확보에 주력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또한 "증거품 수집 또한 중요한 신발, 티셔츠는 실종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이미 버려져 제출되지 않았고 나머지 의류, 노트북은 실종 10일째인 이달 4일에나 제출됐고 실종 당일 소지하고 있던 아이패드는 실종 15일째인 이달 9일 제출됐다"면서 "초동대응 미흡에 대한 보완을 위해서라도 A씨와 A씨 가족에 대한 정보를 더 수집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유가족은 A씨가 정민씨 실종 당일 새벽 2시 까치발로 휴대전화를 하고 주위를 서성였다는 목격자의 진술과 오전 5시 2단 펜스를 넘어 이동하는 점, 비틀거림 없이 토끼굴을 지나가는 모습 등을 고려할 때 '당시 만취상태였다'는 A씨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찰의 보완수사를 요청했다.
여기에 덧붙여 유가족은 "정민이를 찾으러 한강에 도착한 A씨와 A씨 부친은 특정 위치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해 곧바로 그곳으로 가서 20분 이상 같은 자리에서 머물렀다"며 "특히 강비탈 아래에서만 15분 머물렀는데 이에 대한 분명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더불어 유가족은 "A씨는 밤늦게 정민이에게 갑작스런 술자리를 제안했고, 또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음에도 실종 이후 단 한 번도 정민이를 찾기 위해 현장에 오지 않았고 장례식장에도 언론 인터뷰로 인해 마지못해 한밤중에 어른을 앞세워 찾아왔을 뿐"이라면서 "A씨의 부모 역시 유족에게 여러 의문스러운 정황에 대해 설명하려는 노력보다는 침묵으로만 일관해 왔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이어서 "A씨의 가족이 처음부터 여러 의문스러운 정황에 대해 유가족에게 설명했다면, 아니 설명하려고 하는 조금의 노력이라도 기울였다면 그 때도 경찰 수사가 필요했을까"라며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도리를 다 하지 못했다고 해명하면서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는 이 상황을 유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유가족은 또 정민씨의 술버릇을 언급하면서 "이전에도 2차례 경찰에 위치 추적을 부탁드린 적이 있었는데 술에 취하면 잠드는 정민이의 술버릇 때문이었고 모두 2019년 신입생 때의 일"이라며 "주의를 주고 사고방지와 경각심을 갖게 하고자 위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게 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유가족은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1시 24분께 '주위에 사람이 많고, 술은 더 안 먹고 있어요'라는 문자를 받았고 이렇게 답이 오는 날은 더 이상 먹지 않고 곧 들어오기를 어긴 적이 없어 마음을 놓았다"며 "2월달부터 격주로 계속되던 시험과 6주간의 힘들었던 해부학실습과정이 끝난 첫 주말이어서 한강공원에 친구와 나간다는 걸 말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사람도 많고 술도 더 먹지 않고 있다는 아이에게 서둘러 귀가할 것을 종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유가족은 그러면서 정민씨의 혈중알코올농도와 실족 가능성과 관련, "정민이가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면 혼자서 한강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은 더욱 명확해질 것이어서 굳이 이를 의도적으로 감출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며 "경찰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고 익사 주검의 경우 부패 등으로 인해 혈중알콜농도의 수치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을 경찰에게 들어서 만취상태라고 답을 대체하였던 것"이라고 했다.
유가족은 아울러 "앞으로 영원히 '일상으로의 복귀'가 불가능하지만 지금도 정민이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유가족의 입장에서 아직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한다'는 A씨 변호인의 반복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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