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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이 와서…죄송하다" 극단 선택 간호직 공무원, 카톡엔 연신 사과글

유족 측 "코로나 관련 격무 시달렸다…일 잘한다고 업무 떠넘겨"

숨진 공무원, 업무 압박감 호소…공황장애·우울증 등 검색하기도

지난 23일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산의 간호직 공무원이 사망 전 나눈 상사·동료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제공




부산의 한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맡은 한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 동료에게 업무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와 유족 등에 따르면 7년차 간호직 공무원 A(33) 씨가 지난 23일 오전 8시경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숨진 A 씨가 근무하던 보건소에서 업무를 과다하게 부여받는 등 격무에 시달리다 우울증 증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A 씨가 포털사이트에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 우울증 등의 단어를 검색했으며,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게시글을 여러 번 살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숨진 A 씨는 지난 18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동구 한 병원의 관리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당초 A 씨가 해당 병원 관리 담당이 아니었으나 상부 지시 등 압박으로 인해 중간에 업무를 떠맡은 것으로 추정한다. A 씨 유족은 “고인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눈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보면 보건소 직원들은 차례를 정해 순서대로 코호트 병원을 담당한다”며 “그러나 고인이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순서가 아닌데도 업무를 떠맡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족은 A 씨가 숨지기 하루 전 동료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대화를 살펴보면, A 씨는 동료에게 “이른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하다”며 “어제 오전에 B 병원을 다녀와서 마음에 부담이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정말 ‘멘붕’이 와서 C님과 의논했고, 저는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몇 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저랑 C님과 D주무님이 같이 맡아 하기로 했다. 선생님들께 먼저 의논하는 게 맞는건데 제가 진짜 좀 마음이 고되서 그런 생각을 못했다”며 “열심히 하고 계시던 선생님들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A 씨는 상사와 나눈 대화에서도 업무로 인한 고충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상사는 “코호트 격리를 처음 맡았고, 원래 담당해야 하는 순서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어쨌든 시작했는데 중간에 못하겠다고 하면 제 입장에서는 책임감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A 씨가 평소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을 알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잘 모르는 직원이었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며 “어쨌든, 코호트 격리 해제될 때 까지 잘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A 씨는 재차 “죄송하다”며 “코호트 된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머리는 멈추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어서 판단력이 없었다. 더 이상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유족은 직원들이 주말 출근을 주저하는 A 씨에게 계속해서 연락하며 난처한 상황을 조성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 씨가) 결국 토요일인 22일 출근해 이날 오후 8시께 업무를 마쳤다”며 “이후 남편이 지친 아내와 기분 전환 겸 함께 외출했지만, 다음 날 아침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유족은 본래 3일장을 치르려 했으나 A 씨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5일장으로 연장한 상태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측도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직 공무원이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이런 일이 더 재발하지 않도록 현장의 어려움과 함께 인력충원, 휴식 시간 확보 등 문제를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경찰은 유족과 목격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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