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지검이 형사부의 직접 수사 제한 등을 담은 검찰 조직 개편안에 대해 ‘수사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법무부가 주도한 조직 개편은 사실상 ‘권력 수사 통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취지다. 법무부가 이 같은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수용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전날까지 각 검찰청에서 법무부가 마련한 검찰 조직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 받았다. 대검은 취합된 의견을 통합해 다음 주께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26일 각 부서별로 취합한 의견을 이성윤 지검장의 승인을 받아 대검에 회신했다. 수원지검은 하루 빠른 25일 대검에 의견을 보냈다.
이번 검찰 조직 개편안은 형사부의 부패, 공직자, 경제, 선거, 대형 참사, 방위 사업 등 ‘6대 범죄’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직접 수사 부서가 없는 일선 지청의 경우 검찰총장의 요청과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야만 6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2부와 강력범죄형사부 등 3개 부서는 반부패·강력수사 1·2부로 축소 개편된다. 또 경찰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 및 재수사 요청 등을 전담하는 인권보호부(가칭) 신설도 포함됐다.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해 주요 검찰청이 보낸 의견서에는 개편안의 주요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각 부서별로 입장 차를 보였지만 수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A 부장검사는 “수사권 조정으로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줄였으면 그 안에서 검찰청별 사정에 따라 수사를 형사부서나 인지부서에서 할지를 정하면 될 일”이라며 “이런 내용까지 규율하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 부장검사는 “‘6대 범죄’로 직접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상황에서 수사를 할 수 있는 부서까지 제한하는 것은 법무부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쓰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다른 부서에서 수사를 못하도록 하는 건 검찰의 자율적인 수사를 방해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내부에서 나왔다”고 비판했다.
형사부가 직접 수사를 개시하려면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 역시 정작 사건 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의견에 포함됐다. 형사부가 처리해온 사건을 다른 부서로 옮기게 돼 특정 부서에 업무량이 과중될 것이란 내용도 담겼다. 또 반부패와 강력수사라는 성격이 다른 부서를 통합할 경우 수사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염려도 나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국 전 장관 수사로 촉발된 ‘검찰 힘 빼기’로 검찰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자조적인 얘기도 들린다. C 부장검사는 “대전과 수원·중앙에서 진행 중인 권력 수사를 겨냥하다 일선 검찰 전부 다 피해를 보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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