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방역 해이 문제가 불거졌던 인도에서 이번엔 말 장례식장에 수백명이 방역 수칙을 무시한 채 몰려 들었다.
26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3일 남부 카르나타카주 고카크 인근 시골 마라디 마을에서는 말 장례식이 열렸다. 현재 봉쇄령이 내려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민 수백명이 장례식장으로 몰려갔다. 이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밀착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장례식에서는 말 사체를 꽃으로 장식해놓고 사람들이 앞다퉈 말의 죽음을 애도했다. 주민들은 평소 이 동물을 '신의 말' 또는 '수호신'이라며 성스럽게 여겨왔다. 특히 이 말이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을 막아준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코로나19 1차 유행 때 말 덕분에 주민 1,200명 중 한 명도 감염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당국은 14일간 해당 마을을 완전히 봉쇄하고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등 방역 조치에 나섰다. 방역 수칙을 어기며 장례식이 열린 탓에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장례식을 주관한 이들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인도의 코로나19 폭증 원인으로 해이해진 주민 방역 태세와 이중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을 꼽는다. 특히 3월 말 전국 곳곳에서 열린 '색의 축제' 홀리, 하루 최대 수백만명이 참여한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 대규모 지방 선거 유세 등에 수많은 인파가 마스크 없이 밀집했고,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폭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여전히 방역 수칙을 무시한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지난 3일에도 서부 구자라트주 나브푸라 마을에서는 수백명의 여성이 물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사찰로 행진하는 종교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신전 꼭대기에 물을 부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고 믿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에는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바다운에서 한 이슬람 성직자의 장례식이 열려 수만명의 무슬림이 참여했다.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7일 41만명을 넘으며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20만명 안팎의 많은 감염자가 연일 발생한다. 이날도 20만8,921명(이하 보건가족복지부 기준)이 새롭게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일일 신규 사망자 수도 이날 4,157명에 달했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접종 수는 이날 2억회를 넘어 2억66만회를 기록했다. 다만 접종 2회까지 마친 이의 수는 4,350만명으로 13억8,000만 인구의 3.2%에 불과하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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