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뇌리에서 사라졌던 대만이 다시 우리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만은 2016년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경제가 순항,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관리에도 세계적 모범을 보였다. 최근에는 중·대만 관계가 전운이 감돈다고까지 묘사되고 있다.
중·대만 관계는 ‘중국은 하나다’ 라는 1992년 양자 합의(92컨센서스)가 골격을 이뤄왔다. 당시 중국은 티엔안먼 사태 이후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었다. 대만 관계에서는 인구 외에 경제 규모(4,931억 달러 대 2,170억 달러), 1인당 GNI(423달러 대 10,506 달러), 무역(1,655억 달러 대 1,530억 달러)에서 뚜렷이 내 놓을 게 없었다. 자연히 대만을 중시할 수 밖에 없었다.
대만은 지난 한 세대 동안 중국 고속 성장의 최대 수혜자였다. 중국 사정을 깊숙이 잘 아는 이점이 있었다. 인구의 15% 정도가 이주한 본토인이다. 근거지는 저장성, 쓰촨성, 그리고 광둥성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지로 광둥, 푸지엔, 저장성 부근을 선정했다. 대만 기업들의 진출이 용이해졌다. 중국에 투자하고 싶은 일본 기업 등도 동반자로 대만을 택했다. 2020년말 현재 누계로 2,0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외국인 투자 유치 총액의 10%다. 지난 10년 간 1조 달러의 대중 무역 누적 흑자를 기록했다. 중소·중견 위주 기업체도 덩치를 키워, 폭스콘 등 9개 업체가 포천 500대 기업에 들었다.
중국은 내수 위주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15조 달러 경제에 1만 달러를 넘어선 1인당 GNI에 기반한 것이다. 대만은 한 세대 전 1만 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갈 지를 잘 알고 있다. 특히 약 3억 명의 1인당 GNI가 2만 달러, 최상위 약 6,000만 명이 7만 달러를 넘어선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부유층은 거대 도시권에 밀집해 있다.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대만인 집거촌도 거대 도시권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내수 시장 진출 네트워크의 핵이 될 것이다. 세계적 공장에서 소비지로 이행하는 비즈니스 기회 포착에 열심이다.
대만은 세대 교체가 확실하게 일어났다. 1949년 대만으로 이주한 1세대 대륙인들은 거의 세상을 떠났다. 2세들은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통일보다는 자기들의 번영에 몰두하고 있다. 경제 생명줄은 무역이다. 중국과 미국을 합친다면 50%의 비중이다. 미·중 밀월 기회를 잘 활용해온 결과다. 차이 총통은 최초의 여성 총통으로 서구에서 법학을 수학, 20대에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관련 전문가다. 영어 공용화 및 자유주의에 기반한 실용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역내 최고 개방 지역을 구축하는 길만이 중국의 위협을 극복하는 방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운 좋게도 미래 발전의 핵심인 반도체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10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중 TSMC를 비롯 4개사를 보유하고 있다. 확실한 전략 자산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공급 사슬 재편 주창에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에서 17%로 증가했다. 그렇더라도 무력 통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2050년까지 이어질 홍콩, 마카오의 완전 이양 문제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정세상 한반도 문제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은 자기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이 당장 미국과의 대결로 갈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아직은 미국의 세기다. 일본은 미국에게 확실한 동맹으로 각인시키고 있다. 일본 업체들과의 관계도 돈독히 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 500년 간 네덜란드, 청 왕조, 일본 식민지 등의 우여곡절을 거쳤다. 현재는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확실한 보험으로 여기고 있다. 생존을 위한 비상한 적응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만 내부가 의외로 차분한 이유다. 시사점이 크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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