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군이 우주위협에 대응한 감시 역량 확충에 속도를 내면서 최우선 대응 목표인 북한의 우주군사 역량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미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우주 역량이 사이버·전자전 측면에서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직접 한미의 위성을 물리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잠재 능력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발간한 ‘우주위협 평가 2021’을 통해 “북한은 재밍(전파 교란) 능력과 사이버 공격 위협을 통해 전자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며 이들 능력이 북한의 우주 대응용으로 응용될 잠재력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한국을 향해 쓸 수 있는 신형 GPS 재밍 장치의 배치를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재밍 기술은 우리의 군사용 통신 장비보다는 민간 GPS 기반 장비를 겨냥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 군은 지난 수년간 위성항법 장비 등 위성 기반의 주요 설비에 항재밍 체계 적용을 확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GPS가 교란될 경우 당장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도입을 가속화하는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 등의 프로젝트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 등은 자체적인 센서로 장애물 충돌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주행 경로를 탐색해 스스로 주행하는 결정을 내리려면 GPS 신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치 기반 서비스를 통해 도시 인프라 관제 역량과 개인 사회생활의 편리성을 효율적으로 높이는 스마트 시티 사업도 GPS 교란으로 ‘블랙아웃’ 등의 먹통이 될 위협에 처한다면 조기에 상용화되기 어렵게 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 공격용 위성(킬러위성)을 직접 제작해 우주궤도에 배치할 역량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2012년과 2016년 각각 광명성 3호 2호기 및 광명성 4호 위성을 쏘아 올린 만큼 적어도 언젠가는 우주궤도로 무기급 우주물체를 발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성능을 증대시키는 로켓 체계를 활용해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위성통신 체계를 물리적으로 공격할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CSIS는 앞서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의 우주발사체 및 탄도미사일 능력을 평가한 결과 저급한 수직상승 위성 요격미사일을 배치해 인공 위성 부근에서 탄두를 폭파시켜 파편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목표한 위성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학자들은 북한이 우주공간에서 전자기(EMP) 폭발을 유발시켜 위성 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송근호 합동군사대 국방어학원 교수는 최근 작성한 북한 우주개발 위협 현황 보고서에서 “한미 위성에 대한 전파 교란, 인공위성 공격 시도 등 우주공간에서의 위협에 대한 대응 및 우주자산 보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북한은 탄도미사일 및 인공위성 발사 기술을 이용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우주군사력을 모델로 해 북한 특성에 맞는 우주무기 개발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또한 북한의 GPS 위성 재밍으로 한국 영공 내 항공기 이착륙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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