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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서로 협력 땐 글로벌 질서 안정된다?[책꽂이]

■중국과 일본

에즈라 보걸 지음, 까치 펴냄





원나라의 일본 정벌 시도. 청일전쟁. 난징 대학살, 대만과 조선 식민지화…. 역사 속 중일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항상 적대적인 것 만은 아니었다. 불교와 건축 등의 문화가 중국을 통해 일본으로 전해졌고, 일본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엔화 차관과 중국 유학생들은 중국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네 마리의 작은 용'을 쓴 지일파 학자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학 명예교수가 남긴 마지막 책 '중국과 일본'은 중일 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양국 국민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꼽는다. 1,500년에 달하는 중일 관계의 역사를 총망라한 이 책은 전쟁이 남긴 상처를 딛고 양국이 더 나은 협력을 이루기 위해서는 역사를 직시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의 중일 역사 연구가 불운한 측면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 이 책은 중일 역사 가운데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일본이 중국에게 문명의 기초를 배운 600~838년에는 불교와 건축 등 선진 문물이 승려들이나 조선을 거쳐 일본으로 전해졌고, 1972~1992년에는 중국이 선진국 일본의 기술을 배웠다. 저자는 서구의 시각에서 일제 침략기인 1895~1937년도 일본이 중국에 근대화를 전한 기간으로 봤다.



책은 중일 관계의 악화가 양국의 막대한 군비 지출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대내외 문제들에 대한 양국 간 협력을 방해하고, 심지어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반면 중일 관계가 잘 관리되면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무역, 건설, 과학 연구, 평화 유지, 자연 재해에 대한 대응에서 협력의 틀을 제공하는 지역 조직들을 지원하는 데 힘을 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양국 관계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중요한 영향력을 지닌다는 얘기다.

저자는 양국의 역사적 앙금을 감안하면 중국과 일본이 신속하게 신뢰를 쌓고 가까운 친구가 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우선은 양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명쾌하고, 솔직하며, 실무적으로 관계를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과 일본 간의 밀접한 실무 관계가 미국에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 과정에서 일부 미국인들이 불안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러한 불안은 기우일 뿐 중국과 일본 간의 긴장 완화, 서태평양 지역의 안전 증대, 세계의 질서 유지에 대한 양국의 기여는 다른 국가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일 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한국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만7,000원.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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