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시간을 보편적인 것으로 여긴다. 지구 아닌 우주 어딘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정확히 어떤 시점에 그 일이 일어났는지를 묻는 질문이 의미 있다고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에 따르면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각기 다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떤 사건이 먼저 일어났는지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시간이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각 지역의 날씨가 다른 것처럼, 시간도 일정 거리를 넘어서면 측정의 의미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은 로벨리가 쓴 양자중력에 관한 책이다. 책은 양립 불가능한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포괄하는 통합이론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물리학 이론의 토대가 되어 온 기존의 공간과 시간 개념의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는데 왜 루프 개념이 필요한지, 초기 우주의 대폭발과 블랙홀 내부에서의 운동을 어떻게 설명할 지 등 오랜 기간에 걸쳐 물리학자, 수학자, 철학자들과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책에 상세히 담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개념이 루프양자중력이론이다. 저자는 기초물리학계에서 공간과 시간의 존재를 제외한 새로운 세계관이 정착되고 있다며, 오래 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던 것처럼 이제는 시간 변수를 개입시키지 않고 다르게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1만6,000원.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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