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시국 내 고위 성직자들의 법적 특권으로 인식돼온 사법제도 관련 규정을 폐지하는 '원포인트' 개혁을 단행했다.
교황청은 지난달 30일 고위 성직자에 대한 형사소송 절차를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자의 교서'(Mout Proprio)를 발표했다.
자의 교서란 교황이 자신의 권위에 의거해 교회 내 특별하고 긴급한 요구에 응하고자 자의적으로 작성해 발표한 교황 문서를 말한다.
현재 규정상 바티칸에서 활동하는 추기경과 주교는 범죄 혐의가 있을 때 3명의 추기경 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에서만 재판을 받게 돼 있다.
교계 서열을 고려한 것이지만 고위 성직자에 대한 기소·재판을 제약하는 일종의 사법적 특권으로 지적돼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관련 규정이 폐기됨으로써 추기경과 주교 역시 다른 평신도나 사제들과 똑같이 바티칸 일반 형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고위 성직자도 범죄를 저지르면 응당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바티칸 사법기관이 이들에 대한 수사 또는 재판을 진행할 때 교황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은 유지된다.
그러나 이번 자의 교서 취지를 고려하면 범죄 혐의가 제기된 고위 성직자의 수사·재판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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