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지난 달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2012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고로 녹아내린 후쿠시마 원자로에 빗물과 지하수가 끊임없이 흘러들어 생성된 방사능 물질을 포함한 물입니다. 지금까지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 125만여톤을 지상의 임시 저장탱크에 모아뒀는데, 2년 후면 더 이상 보관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바다 방류를 결정했습니다. 한국과 중국, 대만이 강하게 반대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결정에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반대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정부의 결정을 사실상 지지하고 나서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로부터 2주 남짓이 지난 현재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논란은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간 모습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용>은 지금까지 진행되온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한 여러가지 쟁점들을 다시 한 번 짚어봤습니다.
왜 일본은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했을까
지금까지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 125만 톤을 지상의 임시 저장탱크에 모아뒀습니다, 그런데 2년 후면 더 이상 보관할 공간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2023년부터 무려 30년에 걸쳐서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한 겁니다. 사실 바다에 버리는 것 말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일본 정부도 몇 가지 방법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나온 얘기들은 이렇습니다. 오염수를 희석한 뒤에 지하 2,500m 정도에 있는 지층에 주입하는 방안이 있고, 증발시켜서 수증기형태로 공기 중에 방출하는 방법, 전기분해를 해서 수소로 환원해 공기 중에 방출, 삼중수소수를 시멘트에 섞어 콘크리트로 만든 다음 매립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지금처럼 임시 탱크가 아니라 대규모 영구 탱크를 만들어서 삼중수소 반감기의 10배인 123년을 보관한 다음에 방출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이 많은 방법 중 바다 방류가 낙점된 건 결국 비용 때문인 듯합니다. 처리 가격을 따져보면 해양 방출이 가장 싸고(80만톤 기준 34억엔), 그 다음이 영구 탱크 보관(330억엔), 수증기 방출(349억엔), 수소 환원 방출(1,000억엔), 콘크리트 매립(2,533억엔), 지층 주입(6,200억엔) 순입니다.
일본 정부 결졍에 힘 실어준 미국·IAEA
애초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에 대해서 국제 사회 대부분이 반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최강대국인 미국과 원자력 관련 감시 조직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결정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 국제 사회의 놀라움을 샀습니다. 1년여 전 일본이 오염수를 바다에 버릴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 미국이 크게 반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역시 태평양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결국 일본을 견제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일본 정부의 결정 이후 이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환경보다는 외교를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에게 일본은 중요한 동맹 국가인 만큼 미·일 공조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을 저어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사실 미국은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한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IAEA는 기본적으로 원전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는 친원전 기구인데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일본인이 IAEA를 이끌었을 만큼 일본의 영향력이 큰 조직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IAEA의 예산의 8.241%(2019년 기준)를 분담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은 25%, 중국은 11.552%를 책임지고 있으며 한국은 2.181%로 열 번째 입니다.
이런 국제 관계 속에서 오염수 방류가 일본의 계획대로 진행될 지는 아직 모릅니다. 방류까지 남은 기간은 2년. 바야흐로 오염수 방류를 둔 각국의 치열한 외교의 시간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정화해서 방류하니 괜찮다는 일본
일본은 원전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라는 설비로 정화해 방류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주장입니다. 그것도 2차례나 정화할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방사능 물질이 국제 기준치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ALPS로도 완벽한 정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논란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와 탄소14는 ALPS로 전혀 걸러내지 못합니다. (일본 도쿄전력에서 제공하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정보를 보시려면 여기를)
일본 자체 발표에서도 ALPS를 통해 한 번 처리된 물은 방사능 물질을 30%밖에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2차례 정화를 해도 극소량이긴 하지만 방사능 물질이 남아있습니다. 기준치 아래니까 이를 용인해도 될 것인지, 극소량이라고 하더라도 방사능 물질을 바다에 흘려보내는 것을 용납하면 안되는 것인지, 찬성과 반대 입장의 간극은 작지 않습니다.
국내 원전 전문가 “위험하지 않다”
우리나라 대부분 원자력공학자들은 기준치 아래로 방류한다면 위험하지 않다고 합니다. 과학적인 분석이니 거짓은 아닐 겁니다. 예컨대 우리 주변 흙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칼륨40이라는 방사능 물질보다 삼중수소의 베타선 에너지가 더 낮다고 합니다. 칼륨40의 경우 흙 1㎏에만 950베크렐이 들어있데요. 1베크렐은 1초에 하나의 원자핵이 붕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 농도는 리터당 1,500베크렐 정도라 결론은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들 과학자의 주장에는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공개한 자료가 사실일 때라는 겁니다.
그런데 하루 빨리 오염수를 처리하고 싶어하는 일본 정부가 내놓은 자료를 믿을 수 있을까? 여기서 입장이 갈립니다. 그래서 국제 공동조사단을 파견해 검증을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이 조사단에 한국과 중국 등 방류 반대 국가의 전문가를 포함시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우리 바다에 오기까지 5년 걸린다
우리 바다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연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독일 킬 대학 헬름홀츠해양연구소는 최초 제주 앞바다 도달 기간을 7개월 정도, 유의미한 농도로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5년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참고로 국립대만해양대는 대만 바깥 바다까지 1년 6개월이면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당장 현재 수입하는 일본산 수산물이 걱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을 제외한 수산물에 대해서는 방사능 검사를 한 후 수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본 수입 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출 건수는 2012년 167건이었다가 지난해에는 1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다행스럽게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방류가 시작되면 일본 동쪽 바다 전역으로 오염수의 영향이 확산될텐데 일본은 오히려 방류한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한 만큼 수산물 수입 확대 등을 요구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오염수 방류를 막을 방법은 소송?
한국 정부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국제법이나 협약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IAEA 안전기준 : 각국의 기준에 따라 희석해서 농도를 충분히 낮춰서 버릴 것
▶ 유엔해양법협약 : 보전·조치 의무 등 규정 있지만 위험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 필요
▶ 런던의정서 : 방사성 폐기물 해양투기 원천 금지…단 배 등 해상 구조물만 대상
IAEA는 앞서 말했든 이미 면죄부를 줬습니다. 유엔해양법협약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위험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일본 정부가 방출량과 농도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런던의정서는 이미 2013년 국제해사기구(IMO)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출은 적용 대상이 안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원전은 육지에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선데, 최근에는 방류 파이프는 바다에 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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