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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시가격 조정 시늉에 그쳐선 안된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 신청이 4만 9,601건으로 지난해보다 32.58%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1,290건)과 비교하면 40배 가까이 폭증했고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이의를 수용한 조정률은 5.0%에 머물렀다. 지난해의 2.4%보다 다소 높아졌지만 2019년(21.5%)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시늉에 그친 요식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의 신청 급증은 지난해 14년 만에 최대 폭(19.08%)으로 급등한 공시가격에 대한 성난 민심을 보여준다. 공시가격 산정이 부실한데다 정확한 기준도 공개하지 않아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공동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같은 단지의 층과 면적이 같은 두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30% 이상 벌어진 경우도 있었고 실거래가격이 12억 원인데도 공시가격은 15억 원으로 역전된 사례까지 나왔다. 국토부는 이번에 처음 내놓은 공시가격 산정 근거에서 핵심인 ‘적정 시세’를 빼고 시세 반영률도 밝히지 않아 ‘맹탕 공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데도 국토부 산하 공시가심의위원회는 “명확한 목표로 진행돼 고무적”이라며 자화자찬했다. 이는 세금 폭탄과 엉터리 기준에 짓눌린 국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의 과표 기준이자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 산정의 잣대로 활용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부동산 정책 불신과 조세 저항을 초래하는 사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팍팍한 경제 현실과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을 감안해 과도한 국민 부담을 줄이고 조세 형평성 원칙을 지켜야 할 때다. 정부는 이제라도 지나치게 오른 공시가격을 국민이 수용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다시 산정해야 한다. 부실투성이 공시가격부터 보완해야 무너진 조세 신뢰를 회복하고 폭등한 집값도 진정시켜갈 수 있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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