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3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포드가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는 전기차의 ‘핵’인 배터리를 2차전지 업체들에게 의존하지만 향후에는 배터리 기술을 직접 개발함으로써 전기차 사업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미다.
포드는 27일(현지시간) 1억8,500만달러(약 2,000억 원)을 들여 미시간주 남동부에 배터리 개발센터를 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해 최종적으로 자체 배터리 셀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날 공식 발표에 앞서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한 포럼에서 “포드는 많은 배터리 공장을 필요로할 것”이라며 자체 배터리 생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배터리 자체 개발은 경쟁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폭스바겐의 뒤를 따르는 움직임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GM은 LG와 손잡고 오하이오주에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는 데 이어 테네시주에도 역시 LG와 23억달러를 들여 제2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유럽에서만 6개 배터리 공장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투자 계획에는 스웨덴의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와의 파트너십 연장 방안도 포함돼 있다.
포드가 자체 배터리를 양산하기 전까지는 외부 공급업체들에 의존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내년 출시될 F-150 픽업트럭의 전기차 버전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포드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가 이처럼 자체 배터리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하는 것은 향후 몇 년간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수백개의 새 전기차 모델을 앞다퉈 출시할 예정이어서 배터리와 같은 핵심 부품이 일시적으로 공급난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는 전기차 전체 생산 비용에서 4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비싼 부품이어서 주요 자동차 제조사로서는 자체 생산이 필수라는 시각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LG와의 합작을 선택한 GM과 같은 사례가 아니라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배터리 자체 개발 붐은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에 타격을 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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