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은 시점부터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연내 도입하고 내년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형사 피의자의 경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체포·구속적부심 청구 시에만 국선변호인이 선정됐고, 초기 수사단계에서는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중대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연간 약 4만9000명 중 사회·경제적 약자는 약 2만명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관련 제도를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5년간 재판 단계에서 변호인이 선임된 비율은 54%에 이르지만 경찰 피의자 신문 절차에서 변호인이 참여한 비율은 약 1%가량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앞서 검찰과거사위는 2019년 1월 지적장애인들이 수사기관의 강요로 허위자백을 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근거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형사공공변호인은 수사 초기부터 종결 시까지 피의자와의 상담, 피의자 신문절차 참여, 변호인 의견서 제출 등을 수행하게 된다.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는 대상은 미성년자·70세 이상·농아자·심신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차상위계층 등 요건에 해당하는 피의자 중 3년 이상 법정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한 혐의로 출석요구를 받는 경우다.ㅊ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법령에 정해진 경제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피의자 신청에 따라 심사를 거쳐 국선변호인이 선정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선변호 제공이 기존 개업 변호사들의 법률서비스 영엽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대상자들의 경우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측은 “외부 개업 변호사를 위촉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의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도입되면 연간 약 2만건의 사건에서 변호인이 추가로 선정되므로, 기존 변호사들이 진입하지 못하고 있던 법률시장으로 법률서비스 제공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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