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슬 플레이(hustle play)가 싫다.” 프로야구 한국 시리즈 우승을 여러 번 이끌었던 K감독의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위험을 무릅쓴 선수들의 허슬 플레이에 팬들은 열광하는데 K감독은 왜 싫다는 걸까. 그러다가 공을 빠뜨리기 십상이고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평소에 실력을 기르고 상대의 실력과 경기 여건을 잘 파악한 선수라면 굳이 허슬 플레이를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4년을 야구에 비유하면 어떤 평가가 나올까. 아마도 부동산 정책은 본헤드(bone head·얼간이) 플레이의 연속이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25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번번이 집값은 되레 올라 역대 정부 최고치의 상승률을 달리는 중이다. 야구 선수가 수비나 주루 도중 판단 착오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러 게임을 망쳐버리는 본헤드 플레이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처참한 결과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제21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지금 최고의 민생 입법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며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까지 호언장담했다. 그래서 주택보유세와 양도세를 대폭 올리고 임대차 3법까지 만들었지만 결과는 어땠나. 집값·전셋값 폭등에 세금 폭탄까지 덮쳐 온 국민이 주거 불안의 도가니에 빠져버렸다. 여기에다 청와대의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똘똘한 집 한 채’,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직(職)보다 집’,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임대료 인상’ 소동이 연이어 터지면서 성난 민심에 불을 질렀고 급기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불법 땅 투기까지 터져 더 이상 희망을 갖기조차 어렵게 됐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능력도 자격도 부족하면서 과욕과 과신에 앞서 행동한 것이 화근이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허슬 플레이를 시도하다 공을 빠뜨린 격이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한 차례의 남북미 정상회담이 한창일 때는 그래도 뭔가 이뤄질 듯했다. 그러나 끝내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무대에서 사라지고 나서는 모든 게 허사가 돼버렸다. 성숙한 시민 의식 덕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K방역’도 위기에 몰렸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방역에 성공했다고 백신을 느리게 접종한 한국을 ‘느림보(the laggard) 국가’라고 대놓고 조롱할 정도로 우리 처지가 우스워졌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 부지런히 일했다고 자부할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부동산 정책은 망쳤고 남북 관계는 좌초됐으며 코로나19 방역에는 구멍이 뚫렸다. 판단 착오와 실책을 거듭해 게임이 망가지고 있다면 작전을 새로 짜고 전열을 재정비해 경기 흐름을 바꿔놓아야 한다. 반성은 통렬할수록 좋다. 정치사상가 존 롤스는 ‘포괄적 신념이 다른 사람들 간에 공정한 협동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 정치라고 했다. 혹시 자신의 포괄적 신념을 정치적 장에 끌어오고 싶다면 그것이 어떻게 신념이 다른 이들과의 협동에 기여하는지를 밝혔어야 했는데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그러지 않았다.
문 정부는 1년의 시간이 남았고 그 안에 부동산 시장과 대북 정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고 백신 확보에 성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최고 실력자가 게임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팀을 꾸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완벽한 팀워크를 갖춰 안팎의 대처에 능수능란해야 한다. 더는 허슬 플레이처럼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특히 실력도 없는 측근들로 팀을 꾸려 동호인 야구처럼 국정을 이끌다 이번 보선에서 무능한 정부라는 낙인이 찍혔음은 뼈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는 말도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문성진 논설위원 h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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