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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저축 6,000조 증가 …“돈 쓸 날만 기다린다”

팬데믹 불안감에 저축액 늘려

코로나 규제 풀리면 ‘소비 분출’

3분의 1만 써도 세계GDP 2%↑

소비자 낙관지수도 16년來 최고


전 세계 가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여간 총 6,000조 원 이상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지, 소득이 사라질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돈을 쓰기보다는 저축하면서 엄청난 규모로 모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그간 억눌린 소비 욕구가 폭발해 세계 경기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신용 평가사 무디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1분기 전 세계 가계가 적립한 ‘초과 현금’, 즉 저축액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인 지난해 1분기 대비 5조 4,000억 달러(약 6,040조 원)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수치다.

무디스는 가계 저축이 코로나19 완화 이후 글로벌 ‘소비 분출’의 실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5조 4,000억 달러나 쌓인 저축액 중 3분의 1, 즉 1조 8,000억 달러(약 2,013조 원)만 쓰여도 세계 GDP가 2%나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시장 조사 기관인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세계 소비자신뢰지수(CCI)는 올해 1분기 109.7을 나타내 2005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CCI는 소비자가 경기를 얼마나 낙관적으로 인식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FT는 “지표는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완화해 상점과 술집·음식점 등이 다시 문을 여는 즉시 전 세계적 소비자들이 몰려들 것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저축 ‘빈부 격차’ 현상도 뚜렷했다. 북미나 서유럽 등 선진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대규모 부양책을 편 반면 남미·동유럽 등의 국가는 재정 지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년 동안 미국 한 곳에서만 전체의 40%에 해당하는 2조 달러 이상이 저축됐는데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올해 초 시행한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 등의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를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과 캐나다·호주·독일 등의 지난해 가계소득 대비 저축 비중은 2000~2019년 평균과 비교해 10%포인트 안팎으로 증가했으나 헝가리·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는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선진국의 경우 백신 접종 속도도 상대적으로 빠르다. 소비에 쓰일 수 있는 탄탄한 저축 자금 등과 맞물려 경기회복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저축액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부유층에 몰려 생각보다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초과 저축 중 약 3분의 2는 부유층 40%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은 (경제 회복 국면에서) 저축을 지출하기보다는 그대로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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