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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2.0]“작품을 읽을 땐 자기만의 해석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고인돌 2.0’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최은 영화평론가의 ‘원작과 함께 영화읽기’

서울 창동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해석하는 시간 가져

최은 영화평론가가 지난 12일 서울 창동고등학교에서 열린 강의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원작과 영화를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12일 서울 창동고등학교 1~2학년 학생 25명이 교내 도서관에 모였다. 최은 영화평론가의 ‘원작과 함께 영화읽기’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이 날 수업은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2013)’가 피츠제럴드의 원작 ‘위대한 개츠비(1925)’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 평론가는 “영화 속에는 원작과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며 "이것은 원작을 바라보는 감독의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원작과 영화의 다른 대목으로 ‘닉 캐러웨이’에 대한 인물설정을 꼽았다.

작가 지망생이었지만 야망을 품고 월스트리트에 진출한 ‘닉’은 원작에서도 영화에서도 화자(話者)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원작과 달리 영화는 닉을 알코올 중독,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병을 가진 환자로 표현했다. 정신병원에서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은 닉이 개츠비의 이야기를 쓰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감독은 왜 닉을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로 등장시켰을까.

작품 속 닉은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판단하고 평가하기보다는 결정을 유보하고 지켜보는 쪽을 택하는 인물이다. 닉이 개츠비와 데이지를 위해 조용히 자리를 피해 있는 장면이라든지 데이지의 남편 톰 뷰캐넌이 정비공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인 것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행동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평가자 보다 중간자의 입장을 취하는 태도는 절대 진리와 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하던 20세기 지식인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최 평론가는 “‘정신병은 뻔뻔한 사람에게 피해를 입은 착한 이들이 걸린다’는 말이 있듯이 어디에도 개입하지 못하고 방관자로 있던 닉의 죄책감과 괴로움을 루어만 감독은 정신병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것이 100년 전 쓰인 원작을 현 시대에 새롭게 읽어낸 감독의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명한 작품을 읽을 때 무엇보다 여러분만의 해석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연습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나름대로의 관점을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는 도봉도서관이 지역 청소년들의 인문학적 사고를 함양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고인돌 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 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 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를 연계한 활동을 강화했다. 역사,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한 올해 제 9기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고 있다. ‘고인돌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인문학 강의를 펼칠 예정이다.

강의에 참석한 창동고 1학년 차윤서 양은 “책이나 영화를 볼 때 나만의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집에 돌아가 ‘위대한 개츠비’의 책과 영화를 다시 보고싶다”고 말했다.

이향 창동고 사서 교사는 “문학작품을 책과 영화라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봄으로써 학생들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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