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촉발한 인사 중 하나인 네이선 로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14년 조슈아 웡 등과 함께 대규모 홍콩 도심 시위를 주도했던 로는 중국 정부가 서방 국가들의 반대에도 홍콩보안법 통과를 위해 반대 시위를 탄압하자 지난해 7월 영국으로 피신했으며, 지난해 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로는 트위터를 통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따라 수배 대상이 됐고 정치적 억압을 받을 상황에 처했다"며 "이대로 홍콩에 돌아가면 신변에 위협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의 망명으로 영국과 중국 간의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로를 '범죄 용의자'라고 칭하며 망명을 허용한 영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는 홍콩 경찰에 수배된 범죄 용의자"라며 "우리는 어떠한 국가나 개인이라도 범죄자를 비호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 독립분자를 지지하며 지명수배자를 보호하는 것은 홍콩 사법에 간섭하는 것이고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영국은 즉각 잘못을 바로잡고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은 8일 홍콩 이주민의 취업과 주거, 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해 5,900만 달러(66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앞서 영국은 중국이 홍콩보안법 통과를 강행하자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해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일국양제' 합의를 위반했다며 홍콩 거주민 500만명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비자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중국은 국가 보안을 위해 홍콩보안법은 필수라면서 서방에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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