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8일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성적을 받고도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국민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물러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비대위원장을 맡은 김 위원장의 임기는 4·7 재보선까지로, 김 위원장의 당초 약속대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고별 인사를 통해 “당이 혁신을 계속하고 단합을 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수권 정당으로 국민의 경제를 책임지는 민생 정당이 되기 위해 철저한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주호영 원내대표도 의총장에 나서 “국민은 국민의힘이 잘해서, 예뻐서 지지한 것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권이 워낙 민심과 어긋나는 폭정을 해 심판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승리를 자축하는 의총장의 분위기를 다잡았다. 그러면서 “승리에 도취하지 말고 정신 차리고 낮은 자세로 열심히 하라는 충고, 겸손하라는 충고를 받았다”며 “의원·당원 모두 이를 명심하고 행동 하나하나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당 중진들도 자만을 경계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기현 의원은 “미소 지을 때가 아니다. 더 가열찬 혁신과 화합에 전력해야 한다”고 했고 권영세 의원도 “승리의 감격에 젖어만 있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짐이 너무나 크고 무겁다”고 말했다.
이날 당 지도부와 중진들이 재차 겸손을 강조한 것은 당권 재편과 야권 통합 과정에서 또다시 내부 권력 투쟁에 몰입하는 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당과의 합당, 당 외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기득권을 고수할 경우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 인사에서 “민생에 관심 없고 당권에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을 야권 대통합의 플랫폼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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