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검찰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일본 오사카에 사는 70대 남성 A씨는 집에서 개인용 컴퓨터(PC)를 이용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PC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곧 '개인정보를 도둑맞고 있다'는 내용의 경고화면이 나타났다. 노인회 회장인 A씨의 PC에는 지역 주민의 이름과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저장돼 있었다. A씨는 PC 화면에서 '서포트 창구'라고 적힌 전화번호를 발견했고, 지역주민의 개인정보라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다소 어눌한 일본어로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라고 말했고, PC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를 이용해 5만엔(약 50만원)의 수리비를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전화를 끊지 말라는 지시도 함께였다. 일본어 발음이 다소 어색했음에도 보이스피싱일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은 것은, 최근 콜센터를 해외로 옮기는 기업들이 많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기 때문이었다.
A씨는 지시대로 편의점에서 기프트카드를 구입했고 16자리의 코드를 입력했다. 하지만 곧 입력 오류 창이 등장했다. MS를 사칭한 남성은 "오타가 있어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며 새로운 기프트카드를 구입할 것을 요구했고, 이후에도 지원료 등의 명목으로 계속 새로운 기프트카드를 구입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사기인 것 같다는 아들의 설득에 전화를 끊을 때까지 두 시간 동안 MS를 사칭한 남성과 통화를 이어갔고 결국 40만엔을 빼앗겼다. 이후 사기를 당한 것을 안 A씨는 경찰서를 찾았다. A씨는 "마이크로소프트라고 말해 믿었다"고 토로했다.
아사히는 PC에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가장한 뒤 가짜 상담창구로 연결하는 식의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미 지난 1월 일본 MS가 이 같은 '서포트 사기'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일본 소비자청에 따르면 MS 관련 사기 상담은 지나 2018년 183건에서 2019년 343건이었지만, 2020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804건으로 급증했다. 이 중 255건은 실제 금전적 피해로 이어졌는데, 피해 규모는 약 3,400만엔에 달했다. 최고 피해 금액은 약 278만엔이었으며, 평균 피해 금액은 약 15만엔이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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