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가 3위에 올랐다. 허 후보가 현실감 없는 정책을 내세우며 정치를 희화화 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여성과 환경 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소수정당의 존재 가치가 증명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44.17% 개표율 기준으로 허 후보는 2만1,142표(0.98%)를 득표하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56.18%),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40.76%)의 뒤를 이었다. 이어 여성의당 김진아(0.62%, 1만3,376표) 후보, 원내정당인 기본소득당의 신지혜 후보(0.45%, 9,688표)가 뒤따랐다. 이외에 무소속 신지예 후보가 0.34%를 기록했고 진보당 송명숙 후보(0.23%), 민생당 이수봉 후보(0.21%), 미래당 오태양 후보(0.12%)가 적은 득표를 기록했다.
원내 정당인 정의당이 전임 당대표 성추행 사태의 책임을 지고 공천을 포기했지만 정의당과 핵심 공약이 비슷한 군소 정당들이 허 후보에게도 미치지 못한 것은 ‘정치혐오’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차악’을 뽑는 이미지가 가장 강했던 선거”라며 “여야 거대 정당의 정치에 한계를 느낀 유권자들이 허 후보에게 사실상 기권표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 후보는 서울시장 공약으로 미혼자에 매월 연애수당 20만원을 주는 연애 공영제와 결혼·주택자금 1억5,000만원 지급, 출산수당 3,000만원 등을 약속했다. 매월 시민배당금 20만원 지급, 부동산 보유세·재산세 폐지, 취수원을 팔당댐에서 청평댐으로 바꾸는 '특급수 물 공급' 등의 공약도 내놓고 자신은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허 후보가 3위를 기록하면 역대 최고 성적이다. 그는 1991년부터 30년 동안 7번 선거에 출마했다. 1991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 은평구의원에 무소속으로 출마를 시작으로 지난해 21대 총선엔 국가혁명배당금당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까지 낙선했다. 허 후보가 만일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3위를 기록할 경우 최대 순위를 갈아치운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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