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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 잃고 얻은 손 감각으로 골프... "말 대신 몸으로 레슨”

청각장애 극복하고 지도자로 변신한 이승만

3년 전 아카데미 오픈... 현재 14명 지도 중

입 모양 보면서 의사소통... 전자칠판 활용도

"장애있어도 즐기면 뛰어난 재능 찾을 수 있어"

이승만이 제자의 퍼팅 자세를 점검하고 있다. /군산=김세영 기자




최근 한국프로골프(KPGA) 스릭슨 투어(2부 투어) 예선전이 열린 전북 군산 골프장에서 만난 이승만(41)은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변신해 있었다.

이승만은 청각장애를 극복한 골퍼다.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청력을 잃은 그는 8세부터 골프채를 잡았다. 주니어 시절 14승을 거뒀고, 2007년에는 아시아프로골프 투어 방콕 에어웨이스 오픈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2010년대 초까지 KPGA 투어에도 간간이 얼굴을 비치던 이승만은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더니 잊혀졌다. 대회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그는 클럽을 휘두르지 않고 예선에 참가한 선수의 스윙을 봐주고 있었다. 청력이 온전치 않은 그가 투어 프로선수로 활동한 것도 놀랍지만 상호 의사소통이 중요한 스윙 코치로 인한다니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승만은 2010년 인공와우(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받았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지만 청력을 완전히 찾은 건 아니다. 이승만에게 말을 건네자 그의 지도를 받고 있던 제자가 “마스크를 벗고, 입 모양을 보여주라”로 일러줬다. 그와의 인터뷰는 이후 e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이승만이 인천 스카이72 골프장에 처음 아카데미를 연 건 2018년이다. “투어 생활에 서서히 지루함을 느끼던 중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처음에 레슨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주변은 물론 나부터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필드에서의 내 경험을 아이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고 했다. 그는 현재 14명을 가르치고 있다.

청각장애를 가졌음에도 이승만은 수화를 할 줄 모른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비장애인과 대화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입 모양을 통한 대화 방법을 가르쳤다. 골프도 어렵게 배웠다. 그는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강한 정신력과 극도의 인내심으로 수많은 반복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선수보다도 손바닥으로 느끼는 샷의 감각이 뛰어나다. 소리를 들을 수 없기에 어린 시절부터 손바닥으로 타구감을 느끼며 연습한 덕분이다.



골프를 하는 것과 타인을 가르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청력이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을까. 그는 “신기하게도 입 모양으로 말을 주고받는 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사무실에서 전자칠판을 활용해 세미나도 매일 하고 메모도 활용한다”면서 “학생들한테 가끔 ‘말로만 하는 형식적인 레슨보다 몸으로 모든 액션을 보여주고 설명해줘 정말 이해가 쉽다’는 평을 듣는다”고 했다. 이승만은 선수들을 지도할 때는 “바른 인성과 부모님께 감사함을 갖는 마음을 가장 강조한다”고 했다. 자신이 신체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잘 자랄 수 있었던 건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엄격하게 예의 등을 배운 덕분이라는 게 이유였다. 자식 운동을 뒷바라지 하는 부모들이 얼마나 힘든지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3년 SK텔레콤 오픈 당시 이승만. /사진 제공=KPGA


이승만은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20년 동안 투어 생활을 해오면서 유명 코치들한테도 많이 배웠고, 세계 랭킹 50위 안에 드는 선수들과도 플레이를 해봤다”며 “톱 랭커들과 플레이했을 때 배웠던 코스 공략법, 위기 관리 능력, 쇼트 게임, 심리 게임 등을 잘 전수해 그 아이들이 세계무대로 많이 나갔으면 한다”고 답했다.

그의 e메일 아이디 ‘pga smile’이 눈에 띄었다. 이승만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환한 웃음으로 시합하자는 거였다”고 했다. “지금까지 유럽, 아시아, 일본, 호주 그리고 미국 PGA 2부 투어를 뛰어봤다”는 그는 “PGA 스마일을 이룰 수 있게 기회가 온다면 마지막으로 도전해보고 싶다. 챔피언스 투어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를 가진 이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움츠리지 말고,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마음껏 즐기면서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는 불편함이 있지만 무언가를 열심히 즐겁게 하다 보면 다른 어떤 곳에서 남들과 다른, 더 뛰어난 재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군산=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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