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이 '와퍼' 햄버거를 수에즈 운하 통항 중단을 일으킨 초대형 선박 '에버기븐호'에 빗대 광고했다가 이집트 네티즌들로부터 불매운동 역풍을 맞았다.
중동 매체 아랍뉴스에 따르면 버거킹 칠레법인은 지난달 27일 인스타그램에 자사 햄버거 광고 이미지를 게재했다. 광고에는 수에즈 운하 사이에 더블 와퍼 버거가 끼어있다. 수에즈 운하를 막아버린 대형 선박 에버기븐호 만큼 와퍼도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왼쪽 상단엔 ‘와퍼 더블, 어쩌면 우리가 너무 크게 만들었나 봐’라는 문구도 달았다. 칠레법인이 올린 이 게시물은 인스타그램에서 1,500건 넘게 공유됐다.
그러나 이집트에서는 이 광고가 국가적 재난을 희화화하고 조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랍뉴스는 이집트 네티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버거킹을 거부하자(#BoycottBurgerKing)’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거킹 글로벌 최고마케팅 책임자(CMO)인 페르난도 마차도는 이 광고를 트위터에 공유하며 "멋진 광고"라는 표현을 썼다가 역풍을 맞고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집트 네티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수에즈 운하가 이집트의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는 연간 통항료만으로 약 56억 달러(약 6조3300억 원)를 벌어다 준다. 이는 지난해 이집트 명목 국내총생산(3,618억 달러) 기준 약 2%에 해당한다.
지난달 23일 에버기븐호가 좌초되며 전 세계 교역량의 12%를 차지하는 수에즈 운하가 막히자 전 세계적인 물류 대란이 일었다. 예인선 등의 도움으로 에버기븐호를 끌어내는 데 성공해 지난달 29일부터는 수에즈 운하의 통항이 재개된 상태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청(SCA)은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로 인한 손실이 약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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