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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오세훈 부동산정책 불꽃 경쟁…서울 집값 잡을까

朴 "35층 풀고 반값 공공주택" vs 吳 "민간 주도 공급·모아주택"

전문가 "규제완화·공급확대, 단기적 시장 흔들 수 있다" 경고도

28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왼쪽)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각각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과 강남구 코엑스 동문광장에 열린 집중 유세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부동산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집값 급등과 LH 사태 등으로 부동산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면서 유권자들은 부동산 정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영선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부동산 공약 키워드는 그동안 공급 확대의 장애물이었던 규제 완화다.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여야 후보들의 공급 확대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안정세를 찾아가는 서울 집값을 또다시 요동치게 할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4.7재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후보, 불꽃 튀는 규제 완화 경쟁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일률적인 35층 층고 규제 완화, 재개발·재건축 찬성 등 연일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박 후보는 28일 강남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반드시 공공주도 형태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이익 환수를 위해 재개발·재건축은 철저하게 공공개발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현 정부와 확연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35층 층고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서울이 남산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인만큼 남산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경우 층고 제한을 풀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한남대교 입구에서 양재역까지 경부고속도로 6㎞ 구간을 지하화해 여기서 생기는 10만평 가운데 5만평은 생태공원으로 만들고, 5만평엔 평당 1,000만원대의 반값 아파트를 분양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그는 무조건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에는 반대했다. 재개발·재건축을 다 허가할 경우 서울은 다시 투기판이 될 것이라며 공공과 민간 참여형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강북에 있는 30년 이상 된 낡은 공공임대주택을 재개발하는 등의 방식으로 평당 1,000만원대의 '반값' 공공주택 30만호를 공급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6일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 네거리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요억제 정책으로 일관하며 공급을 등한시하는 탓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는 인식 아래 규제 완화 또는 철폐를 통한 '스피드 주택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 후보는 정부가 발표한 2·4 부동산 공급대책을 "정책의 탈을 쓴 정치공약"이라면서 "공급의 핵심 주체는 민간이 돼야 한다. 스피드는 민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민간토지 임차형 공공주택인 '상생주택' 7만호, 소규모 필지를 소유한 이웃끼리 공동개발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모아 주택'으로 3만호, 기존 서울시 공급계획으로 7만5,000호, 재개발·재건축 규제 및 용적률·층수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공급으로 18만5,000호 등 모두 36만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강남·북 균형발전 프로젝트로 비강남권 지하철과 국철 구간 일부를 지하화해 지역 거점으로 활용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도봉구 창동 차량기지에 돔구장을 만들고, 그 밑에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공간과 바이오메디컬 단지를 짓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도심(시청 일대), 강남, 여의도에 이어 제4 도심이 동북권에 생긴다"고 설명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단기적으로 서울 집값 불안정성 키울 수도"

최근 서울 집값과 전셋값은 급등세를 이어가던 작년이나 올해 연초와는 달리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 자료에 따르면 3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0.96% 올라 1월(1.27%)이나 2월(1.14%)보다 상승 폭이 감소했다. 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월 첫 주 0.10% 올라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0.09%(2월 둘째 주)→0.08%(2월 셋째·넷째 주)→0.07%(3월 첫째·둘째 주)→0.06%(3월 셋째·넷째 주)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3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0.04% 올라 지난주(0.05%)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11∼12월 주간 기준으로 0.14∼0.15%까지 오르며 고점을 찍었다가 올해 1월 0.13%, 2월 0.07%, 이달 0.05%까지 상승 폭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장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나 화려한 개발 계획 등을 들고나오면서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서울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은 심리다. 여야 후보들의 공약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개발에 대한 기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예컨대 현 정부가 억눌러왔던 강남권 등 핵심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기대가 분출할 경우 서울 집값은 다시 불안하게 요동칠 수 있다. 벌써 강남과 목동, 여의도 등의 일부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 공약이 실현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가격 안정에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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