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극우 음모론단체인 큐아논(QAnon)이 세력을 확대하면서 일본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23일 아사히신문은 큐아논을 믿는 어머니로 인해 고통에 빠진 20대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의 어머니는 줄곧 메신저를 통해 딸에게 큐아논과 관련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관련 메시지 14통을 연달아 보내고 하루 8시간가량 큐아논과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할 정도로 큐아논에 빠져있다는 설명이다.
이 여성은 트위터에 이 같은 사실을 토로하며 "죽고 싶다"고 적었는데, 이 트윗은 1만건 이상 리트윗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여서 통화하고 싶지 않다"거나 "남편도 (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등 공감하는 내용이었지만, 일부는 "좋은 엄마"라거나 "어머니가 열심히 정보 수집을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여성은 아사히에 "이런 사람들이 엄마를 이상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고 전했다.
이 여성의 어머니가 이 같은 음모론에 빠져든 것은 지난해 여름. TV와 신문을 보지 않고 한국과 중국을 비방하는 인터넷 매체와 유튜브 동영상을 열심히 시청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에는 "중국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거나 "모든 나라에 있는 악의 조직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따로 사는 이 여성이 "식비가 많이 든다"고 푸념한 말에 "트럼프가 1인당 6억엔(약 62억원)씩 입금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도쿄대대학원의 토리우미 후지오 교수는 지난 1월 트위터를 분석한 결과 큐아논의 미국 의회 난입사건과 관련된 트윗은 약 330만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약 1만건은 음모론과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에서도 트럼프 지지자 등에 의해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큐아논은 미국 민주당의 최고위층과 헐리우드의 유명인사 등 글로벌 엘리트들로 구성된 마녀집단이 아이들을 고문하고 성관계를 위해 아이들을 속이며 식인까지 한다고 믿는 음모론 집단이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밀리에 이들을 물리치고 있다며, 헐리우드와 언론, 기업, 정치에서 수만명의 영향력 있는 엘리트들이 체포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피자 전문점인 ‘피자게이트’가 아동 성매매가 이뤄지는 주요 장소라거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고 믿는다.
한 큐아논 지지자는 자신의 친형이 도마뱀이라며 장검으로 찔러 살해하거나 산에 방화를 일으켜 12채의 집을 파괴했으며, 다른 남성 지지자도 힐러리 클린턴과 관련된 비밀 보고서가 숨겨져 있다며 무장한 채 몇 시간 동안 다리의 통행을 막는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큐아논에 대해 “그들이 나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그들이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들었다”고 큐아논을 애국자라고 칭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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