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편하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100% 자연분해되는 N95 성능의 신개념 마스크 필터가 개발됐다. 현재 필터는 플라스틱 빨대 소재와 같은 폴리 프로필렌으로 만들어져 흙에서 썩지 않는다.
한국화학연구원 황성연?오동엽?박제영 박사 연구팀은 100% 분해되면서도 기존 마스크 필터의 단점까지 보완한 새로운 친환경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존 마스크 필터는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제조된다. 시중 마스크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정전기 필터 방식은, 플라스틱 섬유 가닥을 교차시켜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정전기를 발생시켜서 바이러스나 미세먼지 등을 달라붙게 하는 원리로 제조된다. 그런데 정전기는 건조할 때 잘 일어나기 때문에 습기에 취약하다. 따라서 제품 개봉 후부터 공기 중 습기나 입김의 수분에 노출돼 필터의 정전기 기능이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 또한 정전기가 영구적이지 않고 일시적으로 발생하도록 설계되어있어 필터 기능이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마스크 필터의 또다른 제조방법은 플라스틱 섬유 가닥을 교차시켜 그 사이의 공간을 빽빽하게 만들어서 바이러스나 미세먼지가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마치 체에 치면 체의 구멍보다 크기가 큰 물질은 빠져나오지 못하는 원리와 같다. 그런데 빈 공간이 좁은 만큼 통기성이 부족해 사람이 숨쉬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 두 필터 방식의 단점을 보완해서, 습기에 강해 여러번 재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숨쉬기 편한 신개념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대표적 생분해 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BS. 석유계 폴리프로필렌과 유사한 물성을 보이는 폴리에스터 계열의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를 자체 기술력으로 튼튼하게 보완한 다음, 이를 가느다란 나노 섬유와 마이크로 섬유 형태로 뽑은 후 섬유들을 겹쳐 부직포를 만들었다. 이 부직포를 자연에서 추출한 키토산 나노위스커(건강보조 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키토산을 직경 10-20㎚, 길이 200㎚인 나노입자로 만들어 표면적을 넓힌 소재)로 코팅하면 최종 필터가 완성된다.
새로운 필터는 코팅표면의 전하로 외부물질을 달라붙게 하는 방식, 체처럼 외부물질을 거르는 방식 이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하면서 두 방식의 단점을 보완했다. 우선 나노 섬유와 마이크로(마이크로는 100만분의 1m, 나노는 10억분의 1m) 섬유를 겹쳐서 그 사이의 공간을 바이러스나 미세먼지가 체에 걸린 것처럼 통과하지 못하게 했다. 기존 체 방식의 필터는 나노섬유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섬유 사이의 공간이 매우 좁아 숨쉬기가 답답했는데, 연구팀은 나노보다 조금 더 직경이 큰 마이크로섬유를 같이 활용해서 기공을 크게 해 통기성을 높였다.
그 다음 키토산 나노위스커 코팅으로 바이러스나 미세먼지 등을 달라붙게 해 외부 물질의 포집 능력을 높였다. 키토산 나노위스커는 양극(양전하)을 띠는데, 바이러스나 미세먼지 등 외부 물질은 보통 음극(음전하)을 띤다. 그럼 마치 자석이 끌리듯 음극의 바이러스가 양극의 키토산 코팅에 달라붙어서 마스크를 통과하지 못한다. 정전기가 아니라 전하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습기에 취약하지 않아 필터 기능이 오래 유지된다. 또한 일시적으로 정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 양전하 방식이기 때문에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다.
새로 개발된 필터는 공기중 미립자(바이러스, 미세먼지 등)의 2.5 마이크로미터 사이즈 98.3%를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인 N95 필터 성능을 보여준다. 또한 마스크 착용 전과 착용 후의 호흡 압력 차가 59 파스칼(Pa)로 낮게 측정돼 통기성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KF94의 압력강하는 70Pa로 측정된다.
또한 사용 후 쓰레기 분해 테스트 결과, 퇴비화 토양에서 28일 이내에 생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 필터는 기존 필터(부직포)를 만드는 대표적 두 공정인 멜트블로운 또는 전기방사 공정을 활용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생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현재 필터 외에도 콧대 고정 철사, 마스크 풀림 방지 연결고리, 고무줄 등 마스크의 모든 부분을 생분해성 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3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한국화학연구원 황성연 바이오화학소재연구단장은 “본 기술은 국내에서 보유한 기술을 응용했기 때문에 아이디어 특허에 가깝다”며 “향후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많은 기업들이 제품화에 사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황 연구단장은 “한편으로는 국내에 아직까지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매립할 수 있는 전용매립장이 없다”며 “마스크를 생분해 소재로 대체하는 것은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중간과정이며 최종적으로는 이를 효율적으로 분해시킬 수 있는 퇴비화 매립장이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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