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계 의원들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원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 입장에서 4·7 재보궐선거에 패배할 경우 선거를 진두지휘한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대선 경쟁에서 따돌릴 수 있는데도 오히려 적극적으로 박 후보를 도우며 연대감을 과시하고 있다. 일종의 ‘친문 구애 작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 과정에 ‘20년 집권론’을 주창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역할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이(해찬)-이(재명)’ 연대설로 이 전 대표가 친문과 이 지사 간 화해의 물꼬를 틀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 친이재명계 인사들이 박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정치적 연대의 모습까지 연출하고 있다. 이규민 민주당 의원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박 후보의 재난지원금 디지털 지역화폐 지급 공약을 지지한 데 이어 이재명계 의원들이 대거 박 후보 캠프를 방문해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 후보의 ‘KS서울디지털지역화폐’는 이 지사가 강조하는 지역화폐의 ‘디지털 버전’으로 암호화폐의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을 지역화폐에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이 지사와 박 후보가 주요 정책을 공유하는 이른바 ‘정책 연대’에 가까워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7일에는 이 지사가 직접 박 후보의 저서 ‘박영선과 대전환’을 소개한 바 있다.
이 같은 이 지사의 친문 구애 행보가 재보선 정국에서 재등판한 이 전 대표의 역할 속에 탄력을 받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며 친문과 멀어졌다. 최근에는 강성 친문을 중심으로 ‘이재명 탈당설’까지 제기됐다. 이 전 대표의 활동 재개도 이 같은 당내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고 본 까닭이었다. 이 전 대표 측근은 “이 전 대표가 당내 대권 유력 주자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상처를 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며 “특정 인물에 대한 지지 차원보다 당이 구심점을 잃을 수 있다는 충정에서 다시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 역시 친문의 지지 없이는 당내 경선을 통과하더라도 본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계의 한 의원은 “4·7 재보궐선거뿐 아니라 대선 일정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원팀’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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