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비가 그룹 싸이퍼(CIIPHER)를 제작하면서 강한 애정을 보였다.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형처럼 끝까지 서포트하겠다는 마음이다. 비의 지원사격을 받은 싸이퍼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가요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슈피겐홀에서 싸이퍼(현빈, 탄, 휘, 케이타, 태그, 도환, 원)의 첫 번째 미니앨범 ‘안꿀려’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비가 직접 MC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싸이퍼는 비가 수장으로 있는 레인컴퍼니의 첫 보이그룹으로, 한국(현빈, 휘, 탄, 도환, 원), 태국(태그), 일본(케이타) 등 다국적 멤버들로 구성됐다. '암호를 가진 자들'이라는 뜻이라는 싸이퍼는 무대 밖에선 팬들에게 하염없이 친근하게 다가가지만, 무대 위에선 암호를 가지고 강력한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안꿀려’는 풋풋한 소년들의 사랑을 담은 앨범으로, 싸이퍼로서 내닫는 첫걸음을 당찬 모습의 사랑으로 표현했다. 때로는 설레고 어려운 감정들을 재밌게 풀어냈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좋아하는 여자에게 자신을 어필하면서 다른 남자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는 자심감을 표출한 곡이다. 중독적인 훅이 인상적이고 잔잔한 보컬이 특징이다. 멤버 태그가 작사·작곡하고, 케이타가 함께 작사에 참여했다.
보통 쇼케이스에서는 전문 MC가 주로 진행을 맡지만, 비는 직접 무대에 서 싸이퍼를 소개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는 "멤버들이 직접 프로듀싱 팀을 꾸려서 프로듀서로도 활약하고 있다. 또 안무가와도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일부분 직접 참여하면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콘셉트를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앨범"이라고 자신했다.
비는 "비가 제작하는 그룹이라고 하면 강렬하고 퍼포먼스 위주의 곡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전략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천히 보여주자'는 생각이다"라며 "이전에는 단 한 곡으로 이 팀이 잘 되고 안되고의 방향성이 제시됐다면, 요즘에는 K팝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많은 시간의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K팝이 아이돌이 주축이 되고 있는데, 톱급의 잘 되는 가수들을 따라가며 유행이 된다. 그러나 싸이퍼로는 '음악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서 회사 내부 제작진과 외부 스태프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올해 발표하는 곡은 4~5곡 정도이고 천천히 강렬하고 요즘 유행하는 곡, 레트로 스타일 등 여러 가지 스타일을 보여줄 예정이다. 앞으로 3~4곡 정도는 강렬하고, 레트로 스타일로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싸이퍼는 비의 두 번째 제작 그룹이다. 비는 2009년 그룹 엠블랙을 키워낸 이력이 있다. 후배 양성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비는 "K팝은 무한 경쟁 시대다. 아이돌을 제작하는 것에 있어 '어떤 방향성으로 만들어볼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제작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내 스승님인 박진영 덕분에 내가 꿈을 얻었듯이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면 어떨까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싸이퍼의 능력치와 경쟁력의 첫 번째는 실력이다"라며 "지금은 춤 실력을 보기에도, 노래 실력을 보기에도 노래 스타일이 너무 귀엽다. 다만 작사·작곡 능력이 능한 멤버들이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퍼포먼스적인 부분은 내가 데뷔했을 때만 해도 1집이 안 되면 해체 수순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3~4년 정도는 해야 한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올해 꾸준히 춤과 노래 실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어서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기에는 송구스럽고, '천천히 지켜봐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비는 앞으로 싸이퍼의 조력자로서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비와 아버지의 합성어인 '비버지'로 불리고 있는 그는 "정말 좋다"며 "요즘 내 닉네임이 꽤 많이 생기고 있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비 아빠와 일곱 아들들'이라고 연출을 해줘서 붙은 닉네임인데, 내가 아들이 없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형으로서 스승으로서 노력을 꾸준히 할 것이다"라고 덧붙이며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비의 일곱 아들의 데뷔 앨범 ‘안꿀려’는 15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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