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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 약점이 목 짓눌러"...R&D 근육 확 키워 美 넘는다

['자립자강' 선포한 중국]

(상)경제자립 승부수 던진 시진핑

글로벌 시장과 연계 유지하면서 기술자립 적극 나서

R&D 집중 투자로 신상품 개발...소비중심 경제 전환

빈부격차 완화·반도체부품 국산화 등은 넘어야 할 산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 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중국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내수 중심의 ’쌍순환’이라는 이름으로 자립 경제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 전쟁을 통한 미국의 압박에 맞서 내부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경제와의 긴밀한 연계를 유지하면서도 기술 개발, 기술 자립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한국도 산업 고도화 등 대중국 전략을 재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앞서 지난 5일 양회 정부 업무 보고에서 세 가지 ‘승리’를 선언했다. 리 총리는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이겼고 세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2.3%, 지난해 기준) 성장을 했으며 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중국 내 빈곤 인구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양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6% 이상’을 제시하면서 경제 정상화가 완료됐음을 공식화했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가 다소 보수적으로 제시됐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자력 갱생의 현 버전이라고 할 쌍순환의 속살이 14차 5개년 계획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 계획은 말 그대로 2021~2025년까지 5년간의 중장기적인 목표를뜻한다. 중국은 이 5년 동안 기술 고도화와 핵심 장비 국산화 등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실 쌍순환의 의미는 국제 경제와 국내 경제라는 두 세계의 순환을 통해 경제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보면 국내 경제에 방점이 찍혀 있지 않다. 하지만 덩샤오핑 주도로 개혁·개방을 결정한 1978년 ‘11기 3중전회’ 이후 중국이 수출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이 이뤄졌다. 문제는 보호주의 득세, 기술 패권을 위한 미국의 압박 등이 가열되면서 더이상 이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데 있다. 쌍순환의 방점은 국내 경제에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쌍순환은 내수 진작에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기술 자립과 R&D를 늘려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의 기술력은 상당 부분에서 이미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세계 최다 우주 로켓 발사국이자 미국에 이어 화성에 우주선도 보냈다. 화웨이나 알리바바·DJI·틱톡 등 유수의 기술 기업도 보유하고 있다. 쌍순환 논리는 이런 상황에서 더는 중국의 성장을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견제가 극에 달하자 나온 자구적 솔루션에 가깝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시진핑의 연설을 통해 쌍순환이 언급됐고 이후 그해 10월 중국 공산당 5중전회에서 공식 전략으로 확정됐다. 이후 이에 맞춘 경제계획을 작성해 이번 양회에서 공개한 것이다.

내수 경제의 키워드는 디지털 경제, 소비 증가, R&D 강화로 볼 수 있다. 디지털 경제는 모든 산업의 디지털화와 함께 중국이 가장 앞섰다고 자부하는 디지털 통화의 도입이 포함됐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 디지털 화폐의 기술 표준이 되게 한다는 목표도 정했다.



또 생산 중심 경제를 소비 중심 경제로 바꾸는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회복지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농촌 진흥을 통해 새 소비처를 발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의 소매 판매는 40조 8,017억 위안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1.4%에 불과했다. 지난해 비중은 오히려 38.6%로 줄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60~70%가 되는 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셈이다. 이는 그만큼 더 확장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R&D를 통해 국민의 소비 욕구에 맞는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당면 목표다. 베이징의 현지 소식통은 “세계 강국은 생산 강국이 아니라 소비 강국이라는 점을 중국이 점점 깨닫고 있다”며 “소비와 수입을 늘릴수록 글로벌 발언권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계획이 실제 작동하기까지 난제도 적지 않다. 소비 증진을 위한 최대 과제는 중국인들의 빈부 격차를 완화하는 것이다. 중국의 불평등지수는 2017년 현재 0.465로 세계적으로도 바닥권이다. 빈부 격차 완화 차원에서 올해 완전한 ‘탈빈곤’을 선언했지만 이것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걸핏하면 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국민들의 행동의 경제적 자유를 빼앗는 강압 정책도 문제다.

수입 부품의 국산화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율은 15%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제재로 장비 수급이 되지 않아 진전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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