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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사태'로 시험대 오른 여가부의 위안부 사업

여가부, 이용수 할머니 면담 이어 전문가 간담회 개최

방임 논란에 뒤늦게 대응 나섰지만 근본적 해결책 못돼

위안부 문제 대응 체계·독립적 위안부 연구소 만들어야

이용수(왼쪽) 할머니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모처에 마련된 오찬 자리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지난해 정의기억연대 사태로 곤혹을 치른 여성가족부의 위안부 사업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망언’ 논란으로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여가부는 피해자 지원과 기념사업 확대를 공언하고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위안부 문제 대응 시스템과 연구 조직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여가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긴급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램지어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사실이 알려진 후 여가부의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뒤늦게 마련된 자리다. 이 자리에서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왜곡이 지속돼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를 통해 올 3~4월 중 토론회를 개최하고 하반기에는 국제 콘퍼런스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정 장관이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만난 자리에서 밝힌 내용들이다.

여가부는 ‘램지어 사태’에 대한 대응책으로 위안부 피해 사실 기록 수집, 한일 학생 간 교류 및 교육 강화, 기념사업 확대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사태의 근본적인 처방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정 장관이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읽고도 대응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안부 문제 인식 및 대응 절차에 대한 의문이 커졌지만 여가부는 현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대응 지침이 따로 있지는 않다”면서 “램지어 논문과 같은 문제가 생길 경우 사안별로 판단해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논문에 정부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여가부가 램지어 논문은 ‘세계여성인권을 유린하는 템플릿(본보기)’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가 일본군 위안부문제 연구소를 통해 연구 활동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를 향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 연구소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돼 2018년 8월 설립됐지만 법적 근거도 없이 졸속으로 세워져 태생적으로 구조 문제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종속돼 독립적 연구가 불가능하고연구도 1년 계약으로 이뤄지자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설립 3개월 만에 초대 소장에서 사임했다. 여가부가 올해 진흥원에 연구소 출연금 33억2,200만원을 지급하고 계약직 신분인 연구소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으나 독립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이러한 문제로 지난해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안부 문제 독자 연구를 담당하는 '여성인권평화재단'을 설립하자며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및 기념사업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등 기존 기관과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 속에 계류됐다. 김 교수는 “연구소 몫 출연금을 주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다"며 독립적인 연구기관 설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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