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일 “워싱턴 정가는 한국 정부가 북한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제재 공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의 대화 무드를 조성할 경우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윤 전 대표는 이날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주의 4.0’이 기획한 화상 ‘한미의원 대화’에 참석해 “(미국은) 한국의 대선이 1년 남짓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워싱턴 정가에서는) 남한이 북한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윤 전 대표는 “지금 북한에서 정밀 검증 가능한 비핵화 대책이나 미국이 원하는 방향의 행동이 나오지 않으면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강조해온 ‘대북 제재 강화’의 가능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볼 것을 국가안보팀에 요청했다”며 “이 방안에는 동맹국들과 조율해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할 가능성과 외교적 인센티브가 포함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전 대표가 한국 정부의 ‘독자 노선’을 우려한 것은 “미국은 한국에서 차기 행정부가 어떤 모습일지 기다려 볼 수 있다” 는 테드 리우 미국 하원의원의 말과도 유사한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나 제재 완화를 요구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한국의 다음 정부와 공조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다만 윤 전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룬 대북 성과를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전 행정부의 치적을 취소하는 워싱턴의 고질적 습관도 고쳐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 이견은 많지만 한 가지 동의하는 것은 그가 북한에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대표는 “싱가포르, 하노이, DMZ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회담을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 간 외교 관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싱가포르 회담 선언문을 기반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외교를 시작하면, 김 위원장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 것”이라고 했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상호 합의했다.
윤 전 대표는 블링컨 국무장관, 커트 캠벨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을 언급하며 “이분들을 믿기 때문에 초기 스텝을 잘 밟아간다면 장기적인 외교 절차를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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