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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 수사권 박탈은 검찰 해체…법치 말살하는 것”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목표로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추진과 관련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라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이 수사청 추진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임 이후 언론사와 인터뷰를 가진 것도 처음이다. 윤 총장은 “공직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라고 했다. 또 “검사 인생에서 많은 좌천과 징계를 겪었지만 이는 개인의 불이익이었을 뿐, 검찰 폐지라는 이번 일만큼 엄중하진 않았다”라고 했다.

윤 총장은 “불이익을 주고 압력을 넣어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이제는 일 자체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또 “이것은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다"라며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고 했다. 이어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라고 했다.

그는 “거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것이 검찰의 폐지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수사청 설립 등 수사·기소 분리는 진정한 검찰개혁이라 보는가’라는 질문에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일체가 돼야 한다”며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하는 중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했다.

윤 총장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며 “법 집행을 통한 정의의 실현이란 결국 재판을 걸어 사법적 판결을 받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수사는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수사와 공소유지가 일체가 돼 움직이지 않으면 법 집행이 안 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은 이 같은 정치·자본권력들에 대한 비리 수사를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일, ‘치외법권의 영역’을 일소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군부독재를 문민정부로 바꿔낸 것이 과거의 민주화 운동이었다면, 그 이후의 민주화 운동은 결국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며 “문민정부 이후 검찰의 반부패 활동이 우리 사회 특권을 없애고,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총장은 “경제범죄 등 권력형 비리는 처음엔 증상을 잘 못 느끼고, 뭔가 느낀 때에는 이미 회복할 수 없게 되는 중병에 해당한다”며 “사회적 관심이 높은 몇 건의 권력형 비리가 제대로 처벌 받으면 관행 자체가 바뀌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 곳곳의 ‘모럴 해저드’가 사라질 때에는 검찰의 직접수사 역할이 분명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검찰만이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졌다고들 하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어떤 경우에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부정하는 입법례는 없다”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사법 선진국은 대부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미국은 검찰 수사가 전혀 없다고들 한다’는 질문에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공신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도 로버트 모겐소 뉴욕 맨하탄지방검찰청 검사장의 대형 경제범죄 수사였다”라며 “그는 ‘화이트칼라 범죄수사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 혜택이 미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잘 느끼지 못하지만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관계되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코로나19로 힘든 국민들께서 관심의 여유가 없으시겠지만,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시길 부탁드린다”며 “학계 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 올바른 여론의 형성만을 기다릴 뿐”이라고도 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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